박현일의 '색채 인문학'(2) 빨간색의 어원, 상징,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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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2) 빨간색의 어원, 상징, 표기
빨간색 한자 표기는 赤色은 일본 영향 紅色 옳다
  • 입력 : 2019. 05.06(월) 14:50
  • 편집에디터

▲빨간색의 어원

빨간색(red) 영어의 어원은 '붉은'을 의미하는 라틴어 'ruber'에서 왔으며, 붉은색 보석인 루비(ruby)와 어원이 같다. 7월의 탄생석인 루비는 깊고 강렬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상징하며, 애정의 상징이 되면서 질투나 사랑에 대한 의심을 없애주는 보석이 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루비는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는 연인들의 선물로 인기가 높았다. 사람들은 루비의 선명한 붉은 빛깔이 신경을 흥분시킨다고 생각했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여성의 붉은 입술로 비유했다.

붉은 입술

붉은 입술 .

붉은색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한 색채를 가리키며, 동시에 피(血)를 상징한다. '붉다'라는 색채의 언어는 인류 문명의 불빛을 밝히고, 그 발전의 촉진제 역할을 했던 '불(火)'에서 파생되었다. 다시 말해서 붉은색은 '불의 색'을 상징한다.

장작불

장작불

, 핏방울

핏방울

▲짐승이나 동물들은 교미시기에 특정부분이 빨간색으로 변함

색(色)은 인품이나 성질을 뜻하는 사람 인(人)과 꼬리를 뜻하는 파(巴)가 합쳐진 문자이며, 사람의 성질 또는 용모가 짐승의 꼬리 부분과 어떤 관계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짐승이나 동물들은 성장하여 교미시기가 되면 꼬리 부분 또는 특정한 부분이 빨간색으로 변한다.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는 그의 저서인 『작은 인간(Our Kind), 1995년』에서 "유인원은 발정기가 되면 독특한 신호를 보내며, 침팬지는 엉덩이가 붉은색"으로 변한다고 언급했다. 연체 동물인 문어와 오징어는 몸의 무늬와 색깔을 자유 자재로 바꿔가며 의사소통을 하며, 암컷과 수컷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색깔로 표현하기도 한다.

04-문어

문어

오징어

인간의 욕망에 있어서 성적 욕망은 색욕(色慾) 또는 색정(色情)이라고 칭하고, 비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색마(色魔) 또는 색광(色狂)이라고 말한다. 특히 불가에서 색(色)은 눈에 보이는 현상, 곧 만물 세계를 뜻한다.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은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반대되는 말로써, 색(色)으로 표현된 모든 형상을 갖춘 만물은 인연(因緣)으로 생긴 것이고, 원래 실재(實在)하는 것이 아니고 텅 비어 있어 공(空)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實相)과 두 가지 개념이나 현상이 서로 융합하여 일체가 되어 있는 것(相卽)으로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온갖 것의 존재는 공한 것이어서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쓰는 말이다.

▲빨간색을 한자로 표기할 때 적색이 아닌 홍색(紅色)으로

필자들은 논문이나 저서,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기고문, 방송 등 언론 매체 등에서 색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색은 빨간색으로, 한자로 쓸 때 '적색(赤色)'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적색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사용되는 색의 언어이며, 한국에서는 동, 서, 남, 북, 중앙 다섯 방향을 나타내는 오행설의 오방색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홍색(紅色)'으로 사용해야 한다. 오방색은 흑(북), 백(서), 홍(남), 황(중앙), 청(동)을 말한다. 한자 '홍(紅)'자는 사(糸)변에 공(工)자를 붙여 만들었으니 실이나 비단에 붉은 물감을 들여 가공한 것이 홍이다.

오방색

오방색

특히 적색(赤色)의 '적(赤)자'를 예로 들면, 일본의 스모(相撲, sumo) 장 모래판 위 네 귀퉁이 지붕에는 방향을 나타내는 색 실타래가 있다. 이것은 청방(靑房), 백방(白房), 적방(赤房), 흑방(黑房)으로 일본 고대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또한 일본인들의 성(姓)에도 자주 사용되는 청목(靑木), 백목(白木), 적목(赤木)이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9년은 3.1절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문제 그리고 강제 징용 문제 등에 대해 일본에 강력한 성토뿐만 아니라 촉구를 해야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서 일본 잔재를 없애는데 각자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