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14) 빨간색과 소리 그리고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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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14) 빨간색과 소리 그리고 악기
오방색중 빨강은 남쪽방향 궁상각치우중 치, 악기는 가야금,거문고
  • 입력 : 2019. 07.29(월) 17:05
  • 편집에디터

색채와 소리

오스트리아(빈 태생) 심리학자인 베르너(Werner, Heinz, 1890년~1964년)는 그의 저서(Comparative Psychology of Mental Development, Follett Publishing Co., Chicago, 1948.)에서 낮은 소리와 높은 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귀에 들리는 낮은 소리는 어두운 색으로 이동하고, 높은 소리는 밝은 색 쪽으로 이동한다. 낮은 소리는 빨간색을 더 짙게 또는 푸르스름하게 띄는 효과가 있고, 높은 소리는 빨간색이 노란색 또는 주황색을 띄는 효과가 있다.

오방색과 방향

감정(색상)에 있어서 붉은색 계통이며, 색청은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속에 색채 혹은 그림자 같은 것이 나타나는 공감각(synesthesia)의 형태를 말한다. 공감각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19세기 말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하였고, 그 후 상당수 음악가들에게 발견되었다. 공감각 능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프랑스 시인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와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러시아 화가인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와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안톤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 Korsakov)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동일한 색깔로 나타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각 음계마다 서로 다른 색채가 나타난다. 다섯 방향을 의미하는 오방색(五方色)인 검정, 하양, 빨강, 노랑, 파랑은 국악의 5음계인 궁상각치우의 소리이자 색이다.

중앙을 의미하는 노랑은 궁(宮)의 가운데 소리, 가죽소리, 양궁(陽宮)의 북소리, 음궁(陰宮)의 장구 등이다.

서쪽을 의미하는 하양은 상(商)의 서쪽소리, 쇠소리, 양(陽)상의 큰 타종 징, 음(陰)상의 방울 꽹과리 등이다.

동쪽을 의미하는 파랑은 각(角)의 동쪽소리, 대나무소리, 양(陽)각의 대금, 음(陰)각의 피리 등이다.

남쪽을 의미하는 빨강은 치(徵)의 남쪽소리, 실소리, 양(陽)치의 가야금, 음(陰)치의 거문고 등이다.

북쪽을 의미하는 검정은 우(羽)의 북쪽소리, 우깃소리, 털 깃의 해금 등이다.

색채와 악기

프랑스 음악학자인 라비냐(Lavignac, Albert, 1846년~1916년)는 그의 저서(Music and Musicans, 1903.)에서 5가지 색을 악기와 연결시켰다. 각 악기는 각각 다른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악기의 특별한 성질이다. 그러나 눈과 귀의 형태 차이로 관찰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

5가지 색 중에서, 첫 번째 녹색(Green)은 소박한 감정을 호소하는데 적합한 오보에(oboe)의 소리이다. 이 소리는 미숙한 색조인 녹색으로 들린다.

파랑(blue)은 진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평온과 시적 매력을 가진 플루트(flute)의 미묘하고도 은근한 투영 음색을 들려주고, 하늘색 같이 순수하며, 맑은 파랑의 시각적 인상을 청각으로 준다.

보라(violet)는 처량한 영국 특유의 호른 'cor anglais'의 소리이다. 이 소리는 고통, 슬픔, 체념을 호소한다.

갈색(brown)은 연약하고 수줍으며, 흐릿한 음색과 음산하다. 괴로움의 슬픈 소리를 저음

으로 내는 바순(bassoon, 관악기)은 어두운 갈색을 연상시킨다. 이 색은 회색을 약간 배합한 어두운 면을 나타낸다.

하양, 회색, 검정(white, gray, black)은 타악기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케틀드럼(kettle drum)과 같이 저음을 내는 북들은 다양한 소리로 커다란 어두운 구덩이를 만든다. 사이드 드럼(side drum)의 연속적인 음은 회색빛을, 트라이앵글(triangle)은 은색 빛을 표현한다.

클라리넷과 석류석

피아노는 타악기로서 검정을 나타낸다. 피아노의 음악은 연필로 그린 소묘, 목탄 스케치, 판화와 같이 검정과 하양이다.

러시아 화가인 칸딘스키(Kandinsky)는 저서(The Art of Spiritual Harmony, Houghton Mifflin Co., Boston, 1914.)에서 색깔과 악기에 대해 언급하였다. 빨강은 튜바(tuba) 또는 큰북, 노랑을 트럼펫의 팡파르, 오렌지색을 비올라 또는 따뜻한 알토의 목소리, 바이올렛을 바순, 파랑을 첼로와 더블베이스 또는 오르간, 녹색을 바이올린의 명상적인 지속음으로 연상시켰다.

호른(horn)은 오렌지 빛의 음을 곁들이고, 경박하고 허풍 같은 음을 내는 코넷(cornet)까지 합쳐지면 아주 진한 빨강이나 황소의 핏빛, 와인의 잔여물 같은 음색으로 변한다.

클라리넷(clarinet)의 고음은 거칠지만 부드러우며, 최저음은 어둡고 풍부한 음을 낸다. 이것은 적갈색과 반다이크(Van Dyke)의 빨강, 석류석(石榴石)의 빨간색을 연상시킨다. 이 악기는 연약하고 수줍은 듯하며, 흐릿한 음색을 지녀 음산하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