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평균자책점 2.29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1)이 올 시즌을 드라마틱하게 마무리했다.
지난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온 양현종은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마지막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경기 내용은 양현종의 시즌 압축판 같았다.
경기 초반인 1회초에는 흔들렸다. 이날 2사를 잡은 뒤 NC 박민우에게 안타를 맞은 뒤 양의지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며 조기 실점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곧바로 안정을 찾았다. 이후 5회초까지 NC 열두 타자를 상대로 출루시키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챙기며 호투를 이어갔다. 2-2로 맞선 6회초 마운드를 하준영에게 넘긴 양현종은 승패없이 물러났다.
이로써 양현종의 시즌 최종 성적은 16승8패 평균자책점 2.29가 됐다.
시즌 초반 조기 실점을 여러차례 기록하며 에이스 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할 때로 돌아가면 양현종의 이 같은 호성적은 예상 밖이다.
그는 3~4월 6경기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8.01, 이 기간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꼴찌였다. 이런 양현종의 악투에 팬들은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4월4일 대구 삼성전에서 양현종이 2이닝 7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면서 결국 '어깨 혹사 논란'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양현종은 5월 부터 역전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올해 7경기 만에 출전한 지난 5월2일 광주 삼성전에선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이후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하는 등 부활투를 펼쳤다. 2017년에 받았던 KBO 월간 MVP 자리에 1년 10개월만에 다시 올랐다.
8점대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양현종이 스스로 끌어내렸다. 8.01(4월)-4.04(5월)-3.31(6월)-2.92(7월)-2.40(8월)으로 쭉쭉 내렸다. 8월에도 MVP를 한 차례 가져간 양현종은 올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평균자책점을 2.29까지 내렸다.
결국 평균자책점 리그1위를 기록한 뒤 시즌을 마감했다. 현재 2위 두산 린드블럼(2.36)의 자리였던 선두 자리를 빼앗으며 '꼴찌에서 선두까지'라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 때문인지 양현종도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평균자책점 1위)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난다"며 "앞으로는 린드블럼이 상대하는 상대 팀 타자를 응원해야겠다"며 웃었다.
마지막 등판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한 양현종의 바람대로 평균자책점 1위 수성 여부는 이제 경쟁자 린드블럼의 남은 경기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8월과 9월 기록한 무사사구 완봉승은 양현종에게도 뜻 깊게 남은 듯 했다. 양현종은 "5년 연속 180이닝 소화라는 기록이 있지만 무사사구 완봉이 더 생각난다"며 "볼넷은 투수들에게 가장 안좋은 기록이다. 볼넷을 안주고 완봉을 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평가했다.
시즌을 마치면서 떠오르는 인물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양현종은 "시즌 초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어도 꾸준히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게 너무 고맙다"고 언급하며 "김기태 전 감독님은 나에게 에이스라는 책임감을 일깨워주셨다. 이대진 코치님에게도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달하고 싶다"며 전 스승들에게 고마워했다.
양현종은 향후 더그아웃 맏형으로서 동료들을 응원한다. 이와 함께 오는 11월 개막하는 2019 WBSC 프리미어 12를 대비해 훈련도 병행한다. 양현종은 "엔트리에선 말소되지만 원정단에 동행하며 선수단과 함께 훈련할 예정이다"며 "감독님이 프리미어12를 대비하라고 일찍 시즌을 마감시켜준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최황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