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문화담론>90년대생이 올 수 있게 좀, 비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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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문화담론>90년대생이 올 수 있게 좀, 비켜주세요
김꽃비 ㈜쥬스컴퍼니 매니저
  • 입력 : 2019. 10.17(목) 15:06
  • 편집에디터
온통 90년대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유행어처럼 90년대생에 대한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서점가의 최고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책, '90년생이 온다' 때문일 터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90년대생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이 책을 썼지만, 안타깝게도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세대를 모두 이해할 순 없다. 청년세대와의 소통이 마치 이 책 한 권이면 끝나는 것처럼 여기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기성세대가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말리고 싶다.

9급 공무원을 갈망하고, 꼰대를 '극혐'하는, 간단함을 좋아하고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노동에 대한 명확한 보상을 원하는 세대. 실제로 90년생인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1990년대생'이라는 특정 세대에 대한 책이 나왔다는 것은 몹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렇게나 우리에게 관심이 많다니, 마치 우리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하지만 마지막의 물음은 이거였다. "그런데 90년대생을 누구 맘대로 이렇게 규정해?"

청년들의 삶은 예로부터 언제나 누군가에게 규정돼 왔다. X세대, 밀레니얼 세대, 90년대생 등등 결국에 누군가 이해하기 쉽게 만든 카테고리 중 하나일 뿐이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니까." 그렇다. 청년들은 누군가 짜 놓은 어떤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열심히 만든 그 무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관객은 따로 있다. 그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주인일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며 부쩍 '어른들'과 언쟁을 하는 일이 늘었다. 며칠 전 아버지와 밥을 먹다가 한판 붙었다.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 차이 때문이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고,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그런 편협한 태도는 결국 너희들의 앞길을 막을 것이라고, 어른들은 말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왜 청년이 지금의 상황에 분노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기회와 과정마저 공정하고 평등하지 못한 사회의 시스템에 박탈감을 먼저 느끼는 청년들의 이야기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청년이란 거창한 계획에 조용히 따라오면 되는 부속품일 뿐이며 언론플레이에 놀아나는 우매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검찰개혁을 앞둔 이 중대한 시기에 고작 그런 것에 화가 난단 말이야?" 우리는 우리의 시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누구나 기성세대가 된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연설문을 언급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새로운 세대이지만 이런 우리도 언젠가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점차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낡은 것이 교체되고 그 자리를 새롭게 채우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90년대생'에 대한 이 알 수 없는 열풍 속에 우리는 새롭기도 전에 낡아지는 느낌이다. 단물만 빼먹은 껌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청년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했다. 유행에 따라 "청년들이 그렇다더라"는 식의 보여주기식 해결책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90년대생에 대한 열풍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규정되어진 청년이 아닌 우리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90년대생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단순히 이해를 위한 분류 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삶 그 자체다. '언어생활부터 소비성향, 가치관까지 세상을 주도하는 90년대생'이라는 말뿐인 영광은 이제 그만, 기성세대들이여 90년생이 올 수 있게 제발 좀 비키자. 그래야 우리도 기성세대가 돼 다음세대를 위한 미래를 한 번쯤 꿈꿔볼 수 있지 않겠는가.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