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 연구-페르시안 카펫문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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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아시아 문화 연구-페르시안 카펫문화 읽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정지희 연구원
  • 입력 : 2019. 12.12(목) 14:34
  • 편집에디터

BC 400년 추정 파지리크 카펫. Hermitage Museum, st petersburg

카펫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늘을 나는 양탄자일 것이다.

'천일야화'에서 양탄자는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는 소재로 등장하였고 이를 각색한 영화 '알라딘'에서는 보다 극적인 효과를 더하며 신비로운 세계로서 중동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만들었다. 실로 이러한 양탄자, 카펫의 역사를 추적하면 중동은 새로운 세계로 보이며 이는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카펫은 아시아 유목문화에서 출현하여 그들의 생활과 미의식을 반영한 산물이었고, 이는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아닌 다른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통칭 '깔개 문화'로서 발견된다. 특히 페르시안 카펫은 2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전통문화이자 다양한 형태로 재현되어온 예술로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값비싼 카펫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였는데, 이를 중심으로 우리와 조금 멀리 있지만 우리와 가까이할 수 있는 문화를 알아보기로 하자.

카펫의 기원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선사시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은 천막에서 동물의 털을 깔고 자는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양털에 압력과 열, 습기를 가해 만들어지는 펠트법을 발견하였고 이를 발전시킨 형태가 카펫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존하는 카펫 중 가장 오래된 파지리크 카펫을 통해 기원전 5세기 카펫의 경지가 어떠하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먼저 이 카펫은 시베리아 알타이 계곡의 얼음 무덤에서 발견되어 당시의 모습을 거의 완벽히 보존하고 있다. 장방형의 카펫은 중앙의 24개 사각형 안에 연꽃 봉오리를 연상시키는 양식화된 십자형의 문양과 그 다음 테두리부터 그리핀, 사슴 그리고 말을 탄 사람을 일정한 배열로 새겨 넣어져 있어 고도화된 장식성을 보인다. 특히 파지리크 카펫의 디자인과 문양은 아케메니아 제국 시대(BC 550-BC 330) 페르세폴리스 유적지의 기단 부조와 비율 및 특징의 유사성을 보여 건축의 장식적 요소가 카펫에 차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카펫 짜는 기술이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당시의 카펫 기술은 오늘날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이는 우리에게 2가지의 의미를 시사하는데, 하나는 카펫은 어떠한 이미지를 담느냐에 따라 그 주제를 드러내는 예술적 매체로서 부상가능하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 기술을 보전해온 장인의 숨결이 깃든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페르시아 카펫의 황금기라 불리는 사파비 왕조(1501-1722)의 시대에는 왕실 주도 하에 궁정화가들이 카펫을 만드는데 대거 투입되었고, 이슬람 예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도서 디자인을 카펫 제작에 응용하면서 오늘날 페르시안 카펫을 대표하는 다양한 디자인들이 당시 출현했다. 특히 카펫과 도서 예술의 결합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인 샤 압바스(1588-1629)기에서는 금실, 은실과 보석을 이용한 카펫 장식 기술이 선보였고 페르시아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 또한 포함되면서 페르시안 카펫은 예술적 절정기를 맞게 되었다.

이란은 페르시아 문명의 유산을 이어받아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카펫 산업과 예술을 선보인다. 이란 전 지역의 거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고유한 디자인과 문양이 있다고 할 만큼 카펫 제작 관련 그들의 열정은 대단한데, 이란 국립카펫박물관 파리사 베이자이(Parisa Beyzaii) 관장은 이란인에게 가지는 카펫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란 사람들에게 카펫은 보온만을 위한 수단이 아닌 마음으로 짜내고 실제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매체입니다. 카펫에는 우리 주변 일상의 색이 반영되어 있고 문양 또한 소망이나 기원, 감정을 표현하는 상징물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이란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표현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게 카펫은 어머니와 집이연상되는 것인데, 이는 어렸을 적 카펫을 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기인합니다. 때문에 집에는 카펫이란 이미지가 포함되며 실제로 모든 이란인들은 작은 조각의 카펫이라도 갖고 있고 카펫 위에서 태어나 삶을 다한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즉, 카펫은 집, 따뜻함 등을 상징하며, 이란인에게 정체성이자 제2의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페르시안 카펫은 이란 고산지대에서 자란 양의 모에서 실을 뽑고 그들의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염색을 하며, 그들의 삶에서 출현한 기복적·미적·자기고백적 성격의 다양한 상징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다. 이러한 카펫의 디자인과 문양에서는 서양미술의 사조처럼 일정한 유행과 패턴의 반복되는 경향을 찾기 어렵다. 지난 1,500년 이상의 세월 동안 종교적 삶 속에서 예술을 만들어온 이들의 문화는 고요하나 잔잔한 파도처럼 변화해왔고, 카펫 또한 그 흐름 속에서 신화, 문학, 종교, 일상 이야기가 얽힌 공통의 기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카펫은 단순히 집을 꾸미고 보온을 하는 기능을 넘어 한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전승하는 기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페르시아 카펫의 황금기에 만들어진 아르다빌 카펫.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제공

지난 10월 5일 '아시아 디자인과 문양: 페르시아 카펫 연구' 아시아문화원 제공

지난 10월 5일 '아시아 디자인과 문양: 페르시아 카펫 연구' 현지조사. 아시아문화원 제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