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수
코이는 잉어 과에 속하는 관상어 중 하나로,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10㎝도 못 자라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20㎝까지 크고, 강물에 방류하면 1m가 넘게 성장한다.
즉, 같은 물고기인데도 좁은 환경에서 기르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방류하면 대어가 된다는 신기한 물고기다. 이것을 두고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4·15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다. 지역민들은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되길 기원한다. 그런데 광주·전남 정치판이 '진흙탕' 형국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1당 독주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치러지고 있는 경선을 보고 있자면 실망감이 든다.
민주당은 지난 10일까지 광주와 전남지역 18곳 지역구 중 16곳의 공천자를 확정·발표했다. 이 가운데 후보들이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재심을 신청한 곳은 광주 동남갑, 북구을, 광산갑, 광산을, 여수갑, 고흥·보성·장흥·강진 등 6곳에 달한다.
광산을은 경선에서 권리당원 불법조회로 사퇴한 김성진 후보가 박시종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민주당의 '경선 후 번복'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결국 오는 17~18일 시민(국민)참여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재경선을 치르기로 했는데, 이젠 경선 승리를 한 박 후보가 반발하고 나섰다.
여수갑은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철현 후보의 재심을 받아들여 강화수·김유화 후보와 3인 경선이 치러진다. 최근 선거구 조정이 이뤄진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선거구에선 권향엽 후보가 순천 해룡면의 민의를 반영한 재경선을 요구했다.
일명 '낙하산 공천'은 지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민주당은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영입인사인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경선을 준비했던 기존 후보뿐 아니라 순천시민들도 거세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시스템과 절차에 의해 판단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까지 번복돼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코이라는 잉엇과 물고기를 보듯 좋은 환경만 주어지면 피라미도 대어가 될 수 있다. 반박과 불복이 판을 치는 정치판에서 '대어'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가능성 있는 정치인을 키워내려는 정치권의 시스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