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로 생계 위기 내몰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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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코로나19 쇼크로 생계 위기 내몰린 사람
휴직·실직으로 택배·청소 등 일용직 지원 몰려||재택부업 문의 등 쇄도… 실업급여 최대치 경신
  • 입력 : 2020. 03.16(월) 17:21
  • 오선우 기자

광주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A(35)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확인하는 게 일과의 시작이다. 눈 뜨자마자 음식 재료 구매 등 장사 준비에 신경 쓰던 평소와는 사뭇 달라진 일상이다. 푸드트럭 길거리 음식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은 좀처럼 풀어질 기미가 없다. 장사에 나서도 사람들은 지나가며 흘깃 눈길만 줄 뿐, 구매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장사로는 생활비 충당이 어려운 A씨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일용직 알바를 구하는 이유다. 택배 상·하차부터 공장 청소까지 가리지 않고 구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자리가 부족해 A씨는 요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한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구·경북이나 수도권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광주·전남에서도 휴직에 들어가거나 일거리가 줄어든 사람들이 많다. 자연스레 일용직이나 단기 알바에 지원이 몰리게 됐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표는 회복세 체감은 하락세

호남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월 광주·전남 고용동향'에 따르면, 광주 고용률은 59.1%로 전년동월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는 75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만5000명(2.0%) 증가했다. 실업자는 2만7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만5000명(-35.4%) 감소했으며, 실업률은 3.4%로 전년동월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전남 역시 지난달 고용률은 63.3%로 전년동월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는 96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만1000명(2.2%) 증가했다. 실업자는 3만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00명(-3.2%) 감소했으며, 실업률은 3.0%로 전년동월대비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호전된 지표와는 반대로 현장은 '살기 어렵다'는 목소리만 아우성치고 있다. 소규모 영세사업자는 물론 중소기업도 힘들긴 마찬가지이며, 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규직 직군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요가 강사 김모(28·여)씨는 "회원들의 헬스장 출석률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일주일에 10번 정도 있던 요가 프로그램도 2~3번으로 줄었다. 수입도 반 넘게 줄어 생활비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고용지표가 호전됐다고 발표됐지만, 전년동월보다 낫다는 결과로 현재 고용 상태가 좋다고 볼 순 없다. 당장 기업 매출 감소가 눈에 보이는 상황인데 고용이 늘어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거리가 끊겨 생활비가 부족해도 일용직·단기 알바에 선뜻 지원하지 못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사람이 모이고 각지의 물건이 오가는 일이 많아 바이러스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부들이 부업으로 많이 하는 재택알바 인기가 급증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 광고회사 관계자는 "SNS를 활용한 홍보 등 재택부업 문의가 지난달보다 2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거의 3배 이상 수준"이라고 했다.

●실업급여는 늘고 구인공고는 줄고

경기 침체의 악영향이 고스란히 체감되는 만큼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달 78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32%나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고용부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업무일이 사흘 많았고,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놨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고용시장 악화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휴직 상태거나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은 일용직이나 단기 알바도 없어서 못 하는 실정이다.

사람이 없어 글만 무성하던 알바 구인공고란도 얼어붙었다.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2월 올라온 구인공고는 전년동월대비 4.6%가량 줄어들었다. 다른 중개사이트인 '알바천국'도 지난 24~25일 이틀간 올라온 구인공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알바몬 관계자는 "대학교 방학이 끝나는 2월은 구인공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구인공고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특히 2월 중순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일용직·단기 알바의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광주의 한 공인노무사는 "경제 활동의 활로가 막혀 재취업 준비는커녕 당장 생활비 충당에 전전긍긍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는 일반 서민을 비롯해 고용이 불안정한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총체적인 고용 시장이 무너지면서 노동 주력계층인 3040 장년까지 타격을 받은 셈"이라며 "일자리를 두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