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사실상 낙태허용 기간을 최소한으로 두고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는 형벌 조항을 유지하는 형태라 곧바로 여성단체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오는 12월 31일까지 관련 개정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되는 상황이었기에 반발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형법상 낙태죄가 유지되면 여전히 국가가 임신중지를 범죄 사안으로 보겠다는 의미다"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측도 안전한 수술 환경을 위해서 법적 개선 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유산유도제 도입 △의료보험 적용 등 의료계 인프라를 확보하고 △구체적인 성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의 포괄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반발에 대한 근거는 헌재에 있다.
지난해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재의 유남석 재판관 등 3명은 "여성이 출산 여부에 대해 자신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인지하고 국가의 육아 정책 등을 수집하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실제로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법적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개정안은 '주수 제한'을 기준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이는 낙태를 결정한 여성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후퇴된 법안이라는 것이 여성 단체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충분한 의료계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성 건강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광주 여성민우회 도담 활동가는 "주수 제한을 주요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은 낙태를 결정한 여성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14주라는 기준으로 처벌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 역시 동의할 수 없다"며 "개정안에서 규정한 숙려기간과 상담 절차 또한 낙태를 결정한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미경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낙태가 피임의 도구로 되어서는 안되지만 출산, 양육에 대해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개선 선행되어야 한다"며 "낙태와 관련한 담론이 여성 위주로 진행된 점 또한 남성 주위로 넓혀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번 정부의 개정안에 따라 임신 25주부터는 낙태를 하면 종전대로 처벌 받는다. 또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라 임신 24주 안에 낙태하려면 보건소 등 지정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안전한 낙태를 위해 현행대로 시술자는 의사로 한정했다.
다만 미성년자도 불가피한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상담만 받고 낙태시술이 가능하며 자연유산 유도약물도 허용된다. 기존 모자보건법상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됐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