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문제… "정책 체계화·자발적 실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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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빈집 문제… "정책 체계화·자발적 실천 절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책연구 ||전남 빈집비율 6.92% 전국 2위 ||지역 대책 제각각… 실효성 낮아 ||정부·지자체 차원 시스템 구체화 ||지역·민간 간 상호협력·연계 유도
  • 입력 : 2021. 03.29(월) 16:26
  • 오선우 기자
'한센인 마을'로 알려진 여수시 율촌면 도성마을이 지난 15일 전남도 '농어촌마을 경관개선사업'에 선정돼 주택 철거·개량 등 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은 도성마을 전경. 여수시 제공
주민 생활여건은 물론 지방소멸위기의 원인으로도 꼽히는 '농촌 빈집'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정책 마련과 지역 사회의 자발적 실천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농촌 빈집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촌 빈집 실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관련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진단해 농촌 빈집의 활용과 정비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전남 빈집 비율 전국 2위 심각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나는 빈집은 전국의 농촌을 병들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지역은 단연 전라도다.

한국전력공사의 '주택용 전력 계약 가구의 전력 사용량' 자료에 따르면, 매달 월 10KWh 이하로 전력을 사용한 주택을 빈집으로 정의할 경우 2019년 기준 전국의 농촌 빈집은 26만524호다. 이는 전체 주택의 4.99%를 차지하며, 2010년 이후로 2019년까지 약 26만호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빈집실태조사' 자료를 봐도,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촌 주택 또는 건축물을 빈집으로 정의했을 때 2019년 기준 농촌 빈집은 5만5750호로 전체 농촌 지역 일반 단독주택 대비 3.05%였다.

전국 시·도 중에서는 전라도가 빈집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북은 7.43%, 전남은 6.92%에 달했다. 농촌 빈집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인 고령화·과소화가 전라도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의미로도 분석된다.

빈집 철거·활용에 동의하는 소유자가 적다는 점도 문제다. 농촌빈집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철거가 필요한 빈집 중 소유자가 철거에 동의한 비율은 23.7%, 활용 가능한 빈집 소유자가 활용에 동의한 비율은 10.1%에 불과하다.

●법률 개정에도 실효성 부족 여전

대한민국의 농촌 빈집 관련 제도로는 '농어촌정비법'이 있다. 2020년 개정된 농어촌정비법에서는 '특정빈집' 개념을 도입해 정비가 필요한 빈집을 정의하고 소유자 등의 책임을 밝히는 등 빈집 정비·활용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각 지자체는 빈집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빈집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현황 파악만 진행되는 곳이 여전하다.

농촌 빈집 정비 관련 정책 및 사업으로는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한 '농어촌주택개량사업' 및 귀농·귀촌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농촌빈집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역개발사업의 맥락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취약지역생활여건개조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일관성 없이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빈집 정책은 혼란만 더하고 있다.

농촌 빈집을 포함한 주거 정책 사무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양됨에 따라, 각 지자체는 지역 여건에 맞춰 빈집 정비와 활용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역할과 범위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부서별로 담당 업무가 분산돼 있으며 지역 단위 빈집 정보 구축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빈집 정책 추진에 민·관 합심해야

농촌 빈집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중심을 잡고, 지역사회와 민간이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빈집 관련 정책 추진체계 구체화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빈집 정비계획 및 빈집정비사업 방안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농촌 지역개발 및 주거 정책의 일환으로 빈집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농촌 주거환경 개선을 염두에 두고, 빈집 혹은 철거 이후 나대지 등 관련 자산의 종합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빈집 정비사업을 고려하는 지역사회 주체들에게 빈집실태조사 항목이 포함된 종합적인 농촌 주거실태조사를 진행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고 했다.

빈집 관리를 위한 지원·제재 병행과 지역사회·민간의 자발적 실천을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연구원은 "빈집 소유자가 지자체장의 정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며, 지자체가 행정조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농촌 주거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등 지역활동조직을 육성하고,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발굴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역 중간지원조직이 농촌 빈집 자산의 활용 및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주체 간 상호 협력과 다방면 연계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