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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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에서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광주 사회활동가 17명 발자취 ||기록 엮고자 크라우드펀딩 중|| “나은 세상 만들고자 싸우죠”
  • 입력 : 2021. 06.02(수) 17:47
  • 도선인 기자
'광주에서 활동가로 살아가기' 책이 만들어진다.
#지난 4월 개소한 하남산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문길주 활동가(현 전남노동권익센터장)가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선거에 출마한 3개 정당 후보들에게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건립'을 제안하는 질의서를 보내면서 본격화됐다. 분진, 기름때, 석면 등 유해물질이 묻은 작업복을 가정용 세탁기로밖에 세탁할 수밖에 없는 산단 노동자들의 고민을 오랫동안 들어왔기 때문이다. 문 활동가는 지금도 하남산단을 포함한 광주 7개 산단에 작업복 세탁소가 들어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광주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명진고등학교 사학비리 사건에는 당시 재학 중이던 고등학생들의 움직임이 결정적이었다. 명진고를 졸업한 박가영 활동가는 재학 당시 "명진고 이사장이 교사 채용을 빌미로 채용 교사들에게 금품을 요구해왔다"고 폭로한 손규대 교사를 지지했다. 박 활동가 뿐 아니라 당시 학생들은 SNS를 통해 응원의 목소리 내고 학내 집회를 열었다. 학교와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대자보를 게시할 때마다 학교는 1시간마다 수거했다. 학교에서 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웃지 못할 일도 겪었다. 결국, 국정감사에서 명진고 사회비리 문제가 거론됐는데,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학교가 학생을 고소합니까!"라고 호통을 쳤던 통쾌한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중학교 때부터 사회운동가를 꿈꿨던 박 활동가의 꿈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위 사례는 광주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행동하는 활동가들이 이끌어낸 변화 중 일부다. 그리고 이 사례는 한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광주에서 사회활동가로 활약 중인 김동규 씨는 최근 광주에서 활동하는 17명의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광주에서 활동가로 살아가기'를 집필하고 있다.

해당 도서는 현재 온라인 시민 펀딩을 통해 오는 7월 6일까지 출판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뷰와 원고를 엮는 일에는 김 씨를 필두로 이가현 씨가 힘을 보탰다. 이 둘도 책에 소개된 17명의 활동가들이다.

이 외에도 책에는 광주에서 △문화예술 권리운동 △여성운동 △성소수자 인권운동 △장애인 인권운동 △환경운동 △동물권운동 △청년 노동운동 등 16개 분야에 힘써온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17명 활동가들의 공통점은 1980년 5월 광주처럼 2021년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점이다.

김 씨는 "2021년의 광주는 여전히 1980년에 있었던 5·18로부터 영향 받고 있다"며 "5월 27일 새벽 도청을 지켰던 이들이 있었고, 그들에 이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온 보통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겪어온 특별한 과정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서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도청을 지켰던 열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데도 그날 도청을 지켰던 이들처럼 더 나은 것을 미래를 믿고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각자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책은 광주의 현재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2021년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일상의 가치를 이뤄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선뜻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준 활동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책 '광주에서 활동가로 살아가기'는 (https://tumblbug.com/gwangjuactivist17/story)에서 펀딩이 진행되고 있다.

1만7000원을 후원하면, 모금이 완료된 이후 종이책 한 권을 받아볼 수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