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들이 노예처럼 일하고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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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우리 아들들이 노예처럼 일하고 맞았습니다"
피해자들 부모 기자회견|| PC방서 노동착취·인권유린 등 || 20대 6명 3년간 노예같은 생활 ||청년·노동 단체들 대책위 꾸려
  • 입력 : 2021. 06.15(화) 17:25
  • 양가람 기자
광주·전남 21개 단체로 구성된 '화순 노예 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 회원과 피해자 부모 등은 15일 광주지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들이 화순에서 발생한 노예 PC방 사건과 관련, 가혹행위를 일삼은 업주를 구속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책위를 꾸려 비슷한 유형의 청년·노동 문제 재발 방지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감금·학대·노동착취… '가스라이팅' 당한 청년들

PC방 투자자 모집 광고를 낸 후 20대 남성 6명을 합숙시키고 노예처럼 부려온 업주 A씨가 지난달 11일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2년8개월 동안 20대 남성 6명을 감금하고 일을 시키며 폭행·협박한 혐의(특수폭행)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무단으로 결근할 시 하루마다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불공정 계약서 탓에 수년 간 업주로부터 가스라이팅(심리적 조작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판단, 기억, 현실감에 의문을 갖도록 하는 전략) 당하며 도망가지 못했다. 또 가족들을 청부살인하겠다는 협박 속에 하루 15~16시간 일했다.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야구방망이로 300대 넘게 폭행 당해 엉덩이가 괴사한 이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계속되는 폭행과 감금, 성적 가혹행위 등으로 반항하거나 벗어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오랜 고통 속에 한 피해자가 부모에게 사실을 알렸고, 피해자 6명의 부모들이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센터에서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있다.

●시민단체·가족 "검찰은 PC방 업주 구속수사해야"

15일 광주·전남 21개 단체로 꾸려진 '화순 노예 PC방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 회원과 피해자 부모 5명 등은 광주지검 정문에서 가해자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반인륜적 중범죄가 발생했음에도 검찰이 2차례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가해자를 불구속 처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인 남성 다섯 명이 가해자 한 명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영장 기각의 이유다. 여기에 가해자에게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본 것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경은 변호사는 "가해자의 범죄상당성이 인정되고 도주 우려가 있음에도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며 "이 사건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수년 동안 맞으면서도 노예계약서를 쓴 탓에 도망가면 바로 잡혀온다는 두려움에 쉽사리 신고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는 감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 구속수사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출범… "청년·노동 문제 관심 갖겠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피해자 가족들과 청소년노동단체, 민주노총 관계자 등 20여 명은 광주청년유니온 사무실로 이동해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광주청년유니온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집행단체로 내세운 대책위는 '화순 PC방노예 사건'을 청소년·청년 노동 문제로 접근했다.

대책위는 PC방 업주의 구속수사 촉구를 시작으로 피해자들의 체불임금 진정과 산업재해 처리 등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지역 내 청년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 등으로 움직임을 확대해 나가려 한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광주·전남 PC방과 프랜차이즈 등에서 해당 사건과 유사한 청년 노동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이같은 피해를 입는 청년 노동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