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이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미술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이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이강하미술관, '2021 Space&Museum 우주와 미술관'전|| 8월28일까지 김용원·나혜원·박인선·방은겸·장철원·Indy Paredes 참여||작가들의 세계관이자 우주적 상상력의 구현
  • 입력 : 2021. 07.11(일) 15:48
  • 박상지 기자

이강하 미술관 전시장 전경. 이강하 미술관 제공

지난 2월 22일(현지시각) 퍼서비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 착륙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로버(이동형탐사로봇) 퍼서비이런스가 화성으로 내려가는 순간을 찍은 동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화성 궤도에 진입한지 하루가 지난 11일 5시 36분 2만4700㎞ 고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동영상에는 신비로우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화성의 모습들로 가득차 있었다. 초식성 공룡을 닮은 흥미로운 암석에서부터, 충돌로 인해 다른곳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기암괴석, 마치 하트를 안고 날아가는 천사를 닮은 화성 남극의 모습 등 화성의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의미부여를 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인간들의 시도와 노력은 일정부분에서 '예술'과 닮아있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과 아름다움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가치는 우리 사회에서 지극히 저평가 돼 왔다.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며 인간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 그리고 예술의 의미와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시도가 예술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강하 미술관이 우주와 예술의 공통점을 발견해보는 프로젝트를 마련해 주목을 받고있다.

오는 8월28일까지 광주 남구 이강하미술관에서는 '2021 Space&Museum 우주와 미술관'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 첫 시도했던 '2020 Earth&Museum 지구와 미술관'에 존재와 의미를 확장한 자리이다. 인간에게 미지세계로 느껴지는 '우주(Space)'와 '예술(Art)'의 닮아있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미술관(Museum)'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시각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에는 김용원·나혜원·박인선·방은겸·장철원·인디 파라데스가 참여한다. 이강하 미술관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넘어 작가 개개인의 잠재돼 있는 세계까지 넘나드는 것을 목표로 참여작가를 공모했다. 선정작가들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뿐 아니라 각자가 지니고 있는 새로운 우주적 세계를 구현했다.

장철원 작가는 어린시절 작은 공간 안에서 바라봤던 기하학적인 이미지들과 사물들에 대한 기억을 작품으로 옮겼다. 최소단위의 도형들을 저마다의 모양, 크기, 거리와 각도를 인지해 한 화면 안에서 유기적인 구성의 방식에 따라 중첩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다른 개체를 만들어냈다.

방은겸 작가는 우주, 지구, 동그라미, 해, 달의 느낌과 우주왕복선 등의 상징적 개념을 내포하는 '애플 셔틀(APPLE SHUTTLE)' 연작을 구현했다. 태양계에 비유된 사과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듯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작가가 현실 세계의 무질서, 산만함, 혼돈과 달리 변함없는 우주의 질서와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김용원 작가는 만물의 존재는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데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을 주장한다. 작가는 다양한 나라의 거주 지역에서 경험한 사건들을 투영하고 있는 풍경과 기억의 파편들을 새로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그의 작품은 전시장 한켠에 설치돼 관람자로 하여금 기억이나 추억을 소환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박인선 작가는 모든 것이 자연으로부터 생겨나며, 자연으로 되돌아간다고 믿었다. 특히 물은 그 흐름에 따라 길을 만들고 주변 물질을 부드럽게 다듬어 더욱 견고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갔다. 모든 것은 서로 다른 에너지의 부딪힘에 의해 새로운 에너지로 변화됐다. 이렇듯 자연의 모든 것은 상호 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음으로써 그 존재를 작가의 눈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거기에 페인팅 요소를 가미하는 혼합 회화를 구현하고 있다.

나혜원 작가는 '종이와 옷'이라는 물질이 어떤 행위가 개입하게 된 순간부터 무한하게 변화 가능한 잠재력을 가진 숫자 '0'과 같다고 말한다. 작업을 통해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이고 무한하게 변하는 형태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변화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인디 파라데스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치는 생명의 증거가 담긴 여러 광경을 색다른 구성을 통해 압축적으로 포착해낸다. 사람들은 얼굴 보호 마스크(face shield)를 착용하고 그것은 어딘가 우주인 헬멧(helmet)의 전면과 닮았다. 여러 촬영 영상을 얼굴 보호막에 투영된 콜라주 방식으로 구성하여 코로나 시대의 주위 환경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물로 보여준다.

이강하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마주하고 느끼는 공감 너머, 우리 각자가 상상했던 그 곳(우주)을 향해 가는 통로이며 우주정거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폭제와 같은 역할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용원 작 '부유하는 기억의 파편'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