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국내 구조대 파견 난항… 외교부·대책위 수색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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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기상악화·국내 구조대 파견 난항… 외교부·대책위 수색 지원
하산 중 7900m 지점 빙벽 아래 추락||고산지대·코로나 여파로 구조 어려워 ||광주시·산악연맹 대책위·지원단 구성
  • 입력 : 2021. 07.20(화) 17:39
  • 박수진 기자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브로드피크(8047m급) 등정을 한 뒤 하산을 하던 중 실종된 가운데 20일 광주 동구 '김홍빈의 희망만들기' 사무실 계단에 김 대장의 등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2012년 7월31일 촬영된 케이2(8611m) 등반당시 모습. 뉴시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57) 대장이 장애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 도중 실종됐다.

김 대장은 등반에 도움을 주는 셰르파(Sherpa)가 없는 것을 인지하고도 "등반 다운 등반을 할 수 있겠다"며 산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 작업의 최대 관건인 현지 기상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김 대장의 실종지점이 고산지대인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내 구조대 파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외교부는 파키스탄 정부에 구조를 요청했고, 광주시와 산악연맹·장애인체육회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색지원에 나섰다.

●셰르파 없이 산행… 7900m 지점서 빙벽 아래 추락

김홍빈 대장은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께(현지시간) 파키스탄 브로드피크(8047m) 정상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을 하던 중 7900m 지점에서 빙벽(크레바스)아래로 추락했다.

김 대장은 위성전화를 이용해 구조요청했으며, 러시아 구조팀이 발견하고 밧줄을 이용해 끌어 올렸지만 15m를 남겨두고 다시 추락한 뒤 실종됐다.

20일 광주시와 산악연맹·장애인체육회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 대장이 히말라야 브로드피크 지점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캠프4)에서 정상으로 출발한 시각은 17일 오후 11시 30분(현지 시각)이다.

당시 김 대장은 짐을 나르는 하이포터 4명과 함께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일반적으로 고산 등반에는 여정을 이끌어가는 셰르파, 짐을 나르는 포터, 전문 짐꾼인 하이포터가 동행한다.

하지만 네팔의 셰르파들은 산행길이 막히면서 이번 등정에 함께 하지 못했다. 고산 등반에 필요한 산소 구매도 어려운 열악한 상황에서 원정대는 등반에 나섰다.

다음날인 18일 오후 4시 58분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이포터 1명이 캠프4에 먼저 도착했고, 이어 3시간 뒤에 하이포터 3명이 캠프4에 도착했다.

등산보다 위험한 하산에는 동반 위험 때문에 대원들이 함께 내려오지 않고 따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후 김 대장은 조난 상태에서 지난 19일 오전 11시께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 발견됐고, 구조팀이 밧줄을 이용해 끌어 올렸지만 15m를 남겨두고 다시 추락한 뒤 실종됐다.

김 대장은 주마를 이용해 스스로 올라가겠다고 했지만, 강추위에 얼어있던 가는 주마가 김 대장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끊어지면서 김 대장은 크레바스 아래로 추락했다.

대책위는 "러시아 구조대가 사고발생 36시간만에 7800m지점에서 김 대장을 발견했다"며 "당시 김 대장은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끌어올리던 중 줄이 헐거워지면서 다시 추락하게됐다"고 설명했다.

● 고산지대·코로나로 국내 구조대 파견 난항

김 대장의 실종지점이 브로드피크 7900m 정상 부근인데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국내에서 구조인력을 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부는 실종 사건 접수 직후 관할 공관을 통해 파키스탄과 중국 당국에 헬기 등 구조대 파견을 요청했다.

이에 파키스탄 측은 '기상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곧 헬기가 이륙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적극 수색에 협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파키스탄대사관과 주중국대사관은 실종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담당 영사를 급파했으며 이들은 조만간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 광주시·산악연맹 등 수색 지원

광주시와 산악연맹·장애인체육회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색지원에 나선다.

광주시와 광주시산악연맹, 대한산악연맹, 대한장애인체육회, 광주시장애인체육회, 광주시체육회는 20일 ㈔광주전남등산학교, ㈔김홍빈과 희망만들기와 함께 사고대책위와 실무지원단을 구성했다. 대책위 사무실은 시청 12층에 마련됐다.

사고수습대책위는 조인철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정원주 브로드피크 원정대 단장과 피길연 광주시산악연맹 회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실무지원단은 김준영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을 단장으로 13명 규모로 구성됐다.

대책위와 지원단은 코로나19로 구조대 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현지 대원들과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사고 수습·지원에 관한 사항 총괄관리, 현지 요청사항 지원과 가족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중앙부처 차원에서는 사고수습 지원을 위해 외교부에서 관련 부처인 문체부와 협력해 대책반을 운영중이다. 시 수습대책위는 중앙대책반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구조대 지원을 위해 추가예산도 확보할 계획이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브로드피크 정상 부근 기상이 나빠져 캠프4에 남아있던 대원들도 하산하고 있다"며 "이들이 21일께 5000m 지점에 있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정확한 상황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장은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에도 불구, 14좌 완등에 성공한 불굴의 산악인"이라며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조활동에 나설 것이다"고 전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