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3천배, 5·18, 그리고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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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3천배, 5·18, 그리고 이준석
  • 입력 : 2024. 05.19(일) 18:17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93년 ‘열반’에 든 성철 스님은 한국불교 근현대를 대표하는 선승이다. 1968년 여름, 해인사 백련암 법당. 수백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땀이 범벅이 돼 절하고 있었다. 스님을 만나려면 누구나 불전(佛前)에 3천 배를 해야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옷이 땀에 달라붙어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이를 본 법정 스님은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절하는 것을 비판했다. 그러자 다른 젊은 스님들이 발끈해 법정 스님 방의 물건을 치워버렸다. 논란이 커지자 법정은 서울로 수행처를 옮겼다.

1982년, 14년이 지나 성철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법정은 ‘3천 배’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성철 스님은 답한다. “단순히 절만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위해서 절을 하라고, 기도를 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3천 배를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심중에 큰 변화가 옵니다. 변화가 오고나면 그 뒤부터는 절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절을 하게 되거든요.” 남을 위해 절하고, 중생을 위해 매일 참회의 절을 하란 말씀은 수행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다.

절의 한자는 ‘배(拜)’다. 배는 양손을 나란히 합쳐 앞으로 내민다는 뜻이다. 절을 해보면 참회와 감사를 깨닫게 된다. 몸과 마음을 낮추면 저절로 참회가 되고 감사한 마음이 우러난다. 참회, 존중, 추모 등의 함의가 담겨있는 ‘몸 언어’다.

정치권에선 사죄의 의미로 3천 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2010년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무력 충돌을 사죄하며 당시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중앙홀에서 3천 배를 했다. 지난 2004년 총선 때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광주에서 사흘간 세 걸음을 걷고 한번 절하는 걸 반복하는 삼보일배를 했다. 직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떠나간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고행을 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3천배와 5·18 참배가 화제다. 지난 13일 이 대표는 화성시 용주사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열린 난치병 어린이 돕기 3천 배 정진법회에 참석해 3시간동안 절을 올렸다. 15일엔 경남에서 재배한 국화 1000송이를 들고 5·18묘지를 참배했다. 7시간 30분에 걸쳐 995기 묘역에 헌화하고 절을 올렸다. 이 대표는 “열사의 사연 하나하나를 다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 울림있는 정치인의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민주당에는 이런 정치인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