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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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료현장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김진영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1. 09.01(수) 17:15
  • 김진영 기자
김진영 기자
전국 의료 최일선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참가인원 대부분 현장 인력이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1일 오후 정부와 마지막 협상을 벌일 예정이어서 극적으로 타결될 개연성도 있지만,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진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보건의료노조에서도 병원 운영을 위한 필수 인력은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걱정할 만한 '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1년 8개월을 거치면서 보건의료노동자의 피로도와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는 절박한 호소가 원인이다.

보건의료노조 측이 요구하는 8가지 사항은 △감염병 전문병원 조속한 설립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의 법제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의 법제화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및 교육전담 간호사 지원제도 전면 확대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 대한 생명안전수당 지급 제도화 △공공병원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의사 인력 확충 등이다.

연일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현장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단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수십년 동안 누적된 간호인력 문제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병원의 낮은 임금과 정신·육체·감정 노동으로 점철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간호사가 병원에 오지 않기 때문에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편적인 대책만으로는 떠나가는 간호사를 붙잡을 수 없다. 환자 보는 비율을 대폭 낮추고, 최악의 병원 밤근무 교대제를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제로 개선하면서 실노동시간 단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공공의료 현장의 현실 역시 심각하다. 전남 시군 중 77%인 17개 시군이 의료취약지역이다. 전남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은 모두 569곳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354곳이 의사가 없어도 되는 보건진료소다. 보건진료소는 의사를 배치하기 어려운 취약지역에 설치하는 기관이다.

이곳에는 의사 대신 보건복지부장관이 주관하는 24주 이상 직무교육을 받은 간호사와 조산사를 배치한다. 법을 통해 진찰과 검사 등 의사면허 소지자만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간호사나 조산사가 예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의사가 있는 공공보건 의료기관 역시 군 복무를 대체하는 공중보건의사인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99.3%에 달한다. 공중보건의사가 없다면 전남지역 공공 보건의료체계는 붕괴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최일선 의료현장은 그 어느때보다도 심각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더는 의료현장의 목소리에 눈을 돌려선 안 된다. 지난 수십년 동안 과제로만 머물러 있던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 간호사 처우 개선의 획기적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