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절벽 끝에도 꽃은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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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바람 부는 절벽 끝에도 꽃은 핍니다"
제92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식 거행||국무총리, 영상 통해 항일정신 언급||전충식·최현수·강해석 지사 등 조명||"위상 낮은 정부기념식" 유족 비판도
  • 입력 : 2021. 11.03(수) 17:19
  • 양가람 기자
3일 오전 광주 서구 학생독립운동기념탑 앞에서 제 91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이 개최됐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 제공
3·1운동, 6·10만세 운동과 함께 3대 항일운동으로 꼽히는 학생독립운동기념식이 광주에서 열렸다. 강해석 애국지사 등 항쟁 주역들의 항일 정신이 조명됐지만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아 정부주관 기념식의 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가보훈처는 3일 오전 광주 서구 학생독립운동기념탑 앞에서 제92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을 열었다.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를 주제로 열린 올해 기념식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유족, 학생 등 9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념식은 △주제 영상 상영 △헌화·분향 △국민의례·애국가 제창 △기념공연 △기념사 △'학생의 날'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기념 영상 메시지를 통해 "혹독한 일제강점기에 온몸으로 항거한 학생의 외침이야 말로 정의롭고 숭고한 정신"이라며 "대한 독립을 이뤄낸 선배 청년 학생들의 뜻이 있었기 때문에 광복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내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정의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학생독립운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92년 전 학생독립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가 어떻게 성취됐는지를 후세에 온전히 전하고 영원히 이어가야 한다"며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학생독립운동기념식을 정부주관 행사로 격상해 후세들에게 올바르게 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30여 명의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등 국가의 예우를 다 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많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는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청년들의 용기가 만들어냈다"면서 "온갖 억압에도 독립을 되찾았고 해방 조국의 자유를 지켜냈으며 민주주의·정의의 역사를 만들었고, 청년 정신은 오늘날까지 계승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이 됐다"고 밝혔다.

또 "세찬 바다 바람이 부는 절벽 끝에도 꽃은 핀다"며 "어떤 위기 상황에 직면해도 청년 정신으로 반드시 이겨내고 희망의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 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육군 제2공병여단 나성원 상병의 외증조 할아버지(고 전충식 애국지사)와 증조할머니(고 최현수 애국지사)를 언급했다.

최현수 애국지사는 1930년 1월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에 학우들과 태극기를 제작하다 투옥됐던 인물이다. 전춘식 애국지사도 같은 해 1월 충주공립농업학교 재학 중 만세 시위와 독립운동을 주도하다가 체포됐다.

정부는 2019년과 지난해 두 사람에게 각각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미국 시민권자였던 나성원 상병 역시 지난해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고 군에 입대했다.

'오늘을 마주한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은 비밀결사인 성진회를 이끌었던 강해석 애국지사가 남동생 강석원 지사, 여동생 강사채 지사 등 학생독립운동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미래 세대에게 어떤 위기가 와도 용기를 가지고 극복하고자 했던 그 날을 기억해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강 애국지사는 1928년 광주에서 비밀결사인 성진회를 이끌었으며 2005년 애족장에 추서됐다. 강 애국지사의 동생 강석원·사채 지사도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등 한 가문에서 6명의 독립유공자가 나왔다.

학생대표로 헌화 및 분향을 한 신정은 전남여고 학생부회장은 "학교 내 역사관 등을 통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선배들의 자랑스런 역사를 자주 들었다"며 "다만 아직도 학생독립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또래들이 많은데, 관심을 갖고 공부해 지사들의 정신을 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큰 무리는 없었지만 국가기념식의 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강석원 애국지사의 아들인 강태진 광주학생독립운동동지회 부회장은 "정부주관 기념식으로 거행된 지 4년째 임에도 대통령 한 번 (광주에) 온 적이 없고, 공영방송에서 생방송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학생독립운동을 폄훼하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서운하신 점 이해한다"며 "내년 기념식에는 유족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0월30일 광주~나주 통학 열차 안에서 일본인 남학생이 여학생을 희롱한 데 격분한 학생들이 메이지 일왕의 생일인 같은 해 11월3일을 기해 광주 시내에서 가두 시위와 동맹휴교 등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30년 3월까지 5개월간 서울·부산·대전·대구·개성·원산·평양·함흥 등 전국 각지는 물론이고, 간도와 연해주, 일본 등 해외까지 확산됐다. 전국 320여 개 학교, 학생 5만4000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 2018년 처음으로 기념식이 보훈처·교육부 공동 주관 정부 공식 행사로 격상됐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