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m 해수면 상승… 기로에 놓인 인류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최대 2m 해수면 상승… 기로에 놓인 인류
  • 입력 : 2021. 12.09(목) 11:15
  • 이용환 기자

지난 2019년, 남극 대륙 서쪽 빙붕 근처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빙산이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펭귄들과 함께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AP/뉴시스

물이 몰려온다. 북트리거 제공

물이 몰려온다

제프 구델 | 북트리거 | 2만1000원

10여 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가 사실인지, 해수면 상승이 실재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미온적이었다. 기후위기를 어쩌다 발생하는 기상이변 정도로 생각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를 핑계로 에너지 전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은 우리 시대의 핵심 사실이며 중력과 마찬가지로 실재하는 현상이다. 현재 과학계의 논의를 종합하면, 오늘 당장 전 세계의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든다 해도 21세기 말까지 1m에서 최대 2m의 해수면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지구 가열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지난 2002년에는 무려 1만2000년 동안 존재해 왔던 남극반도 라르센 B 빙붕이 무너졌다. 2012년에는 그린란드 빙상에서 대규모 해빙(解氷)이 발생했다. 지구 역사 40억 년을 통틀어 빙상이 갑자기 붕괴할 때마다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했던 경험으로 보건대 이는 불길한 징후다.

10여 년 동안 기후변화에 관한 글을 집필해 온 미국 언론인 제프 구델의 책 '물이 몰려온다'는 기후변화와 수면 상승을 논쟁의 프레임으로 다루는 시각과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해수면 상승의 환경적·정치적·경제적 쟁점을 비롯해 그 대응책을 체계적으로 짚고 있다.

지구 기후 시스템의 느린 반응이 해수면 상승에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 해수면 상승의 실체는 어떻게 드러날까. 해수면 상승은 정부와 시민 간의 사회계약을 둘러싸고 어떤 갈등을 촉발할까.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기술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런 의문을 놓고 전문가 인터뷰와 기후 예측 보고서 분석, 해수면 상승 취약 지역 답사 등 탄탄한 취재를 거쳐 임박한 기후 위기의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극단적인 폭풍해일, 만조 수위 급상승, 하천 범람, 지반침하, 토양 염류화, 식수 부족, 해안 도로 및 연안 기반 시설 침식, 기후 난민 발생 등 해수면 상승의 실체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책은 또 지금 당장 도시마다 장기적 생존에 관한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홍수와 폭풍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이 이미 케케묵은 것이며, 이는 보호의 환상을 제공할 뿐인 만큼 전혀 새로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 바이오연료, 지구공학 등 경제를 중단시키지 않고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담한 발상에도 섣부른 믿음을 경계한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비용 문제도 만만찮으며, 무엇보다 세계 에너지 기반 시설에 광범위한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책이 주는 메시지도 "분명한 사실은 "우리의 행성이 변화하고 있으니, 우리도 역시나 변화할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인류는 기로에 놓여 있다. 한시라도 빨리 급격히 상승하는 바다의 세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명을 재상상해야 한다. 재난이 닥치기 전, 그 대응법에 관해 어렵고 값비싸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법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곧바로 재난이라는 결과로 향할 것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해수면 상승에 대항할 마법같이 혁신적인 해결책은 없다. 이런 중요한 시기,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변화를 꿈꾼다면 꼭 한번쯤 읽어야할 책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