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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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 입력 : 2021. 12.09(목) 11:15
  • 이용환 기자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지상의책 제공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전혜진 | 지상의책 | 1만6500원

수학계 최대 난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푸는 데 크게 기여한 여성 수학자 마리 소피 제르맹은 남학생만 진학할 수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르 블랑'이란 남자 이름으로 강의록을 요청하고, 논문을 제출했다. 유럽 최초의 여성 수학 박사 소피야 코발렙스카야는 대학에서 여성의 청강이 금지된 러시아를 벗어나 수학 공부를 하기 위해서 위장 결혼까지 하며 국경을 넘었다. 고대 그리스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는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마녀'로 몰려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여성이 수학을 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렵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시대가 있었다. '수학'과 '여성'을 둘러싼 편견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래되었지만, 그토록 뿌리 깊은 차별 속에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수학을 사랑했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사회가 그어놓은 선들을 넘으며, 각자만의 뚜렷한 성취를 역사에 남겼다.

수학자이면서 소설가인 전혜진이 쓴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는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차별과 편견에 맞서 수학의 역사에 자신만의 성취를 남긴 여성 수학자 29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고대 그리스 여성 수학자 테아노와 히파티아부터 마리 소피 제르맹, 에이다 러브레이스, 캐런 울런벡 등 수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이들뿐 아니라 한국 최초의 여성 수학 박사 홍임식과 정수론의 새로운 방향을 연 최영주, 학생운동가로 여성 수학자의 롤 모델이 된 오희 등 지금껏 조명받지 못했던 한국 수학자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이뿐이 아니다. 쉴 새 없이 복잡한 계산을 해가며 에니악 컴퓨터를 움직인 여섯 명의 '컴퓨터'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에니악 시연 행사 전날까지 에니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점검한 주역이었지만, 정작 행사에서는 그 어떤 인정도 받지 못했다. 훗날 이들의 업적이 재평가됐지만 그들이 에니악을 움직였을 때의 이름이 아닌, 결혼한 후의 이름으로 기록됐다.

특히 21세기 한국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여성 수학자 최영주와 오희의 이야기는 오늘날 수학을 공부하며 꿈을 좇는 학생들에게 생생한 롤모델이 되어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그래서 차별과 편견에 맞서 불가능했던 꿈을 이뤄낸 뛰어난 여성들의 성공담이면서 그들의 옆에서 편견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함께 하는 따뜻한 우정의 연대기다. 오늘날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외롭게 분투하는 이들에게 주는 위로와 응원이기도 하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