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농부가 쓴 64년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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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 농부가 쓴 64년 삶의 기록
  • 입력 : 2021. 12.23(목) 09:20
  • 이용환 기자

이희열의 평생일기. 역사만들기 제공

이희열의 평생일기

임형 | 역사만들기 | 1만8000원

1926년 곡성 목사동면 대곡리 당산마을에서 4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난 이희열 옹. 그는 1939년 2월 고향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의 직물공업조합에서 일을 했다.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향의 한 초등학교에서 임시교사와 정식교사로 7년 남짓 근무했고 제대 후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농사를 처음 짓기 시작했던 1958년부터 95세를 맞은 2021년 오늘까지. 곡성 당산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 하루도 빠짐 없이 일기를 써 온 이희열(95)씨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임형(63) 전 고려고 교사가 펴낸 '이희열의 평생일기'다.

이씨의 일기는 고향에서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58년 1월 1일 새해부터 시작한다. 임 교사에 따르면 이씨는 초교 교사 경험으로부터 일종의 '기록벽'이 생겼다. '농업일기'(農業日記) 표지를 단 일기장에 다음해 농사를 어떻게 할지, 씨를 어떻게 뿌릴지, 수입·지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 내용을 기록한 게 시작이었다.

지난 시기 농촌에서의 힘겨운 삶을 이겨내고자 했던 생활의 다짐에서부터 농사이야기, 농촌생활 이야기, 가족 이야기, 마을 이야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들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4장 화목한 집안과 친구들부터 6장 마을 사람들의 삶, 7장 시대의 흐름과 농촌, 8장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이 그 결과물이다.

책은 또 지난 60여 년간 자신이 직접 지은 농사와 관련된 사항들이 매일 매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가족이나 친지 및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일상의 모습들도 낱낱이 기록 돼 곡성의 농업 방식과 농촌의 생활상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을에서의 분쟁을 해결하는 참고자료로 재판에 제출되기도 했다.

"이희열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사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자료 임과 동시에 지난시기 우리나라 농촌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는 게 임 전 교사의 설명이다.

이 일기는 또 6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을 기록한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일상의 기록들 중에 가장 오랜 기간의 기록 중 하나다. 기록 당사자가 현재 생존해 있으며 일기의 기록 내용들을 소상하게 확인해 책자에 그 내용을 모두 수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한 개인의 소중한 생애를 보여주는 기록 자료임과 동시에 우리나라 농촌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인 셈이다.

이희열의 일기는 지난 1999년 재광곡성군향우회에서 발행하는 회보 섬진강에 사진과 함께 잠시 소개됐고 지난 2018년 곡성군에서 발간한 곡성군사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