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청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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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 모두 청소년이었다
김해나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1. 12.26(일) 14:12
  • 김해나 기자
김해나 사회부 기자
41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탁구를 좋아했던 전영진 열사, 노래를 잘하던 박현숙 열사, 경찰을 꿈꾸던 박성용 열사, 언니 같은 동생이었던 박금희 열사, 5·18민주화운동 11주년 기념식 도중 분신·항거한 김철수 열사.

1980년 5월과 그 이후, 10대의 나이로 국가 폭력에 저항했던 청소년 열사 중 일부다.

운동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했던 평범한 학생들은 국가의 부당함에 맞서 일어섰다.

당시 항쟁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대학생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들의 '투쟁'은 '사춘기 시절 철없는 행동'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항쟁은 절대 우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청소년만의' 민주화운동이었다.

기자는 지난 5월, 4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들만의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고 기억하고 싶었다.

그들의 가족과 동창생 등을 만나 항쟁 당시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우직한 이가 있는가 하면 그 나이 학생들처럼 노는 것을 좋아하는 '분위기 메이커'도 있었다.

몸과 마음은 10대였을지 몰라도 그들의 투쟁 의식은 성인 못지않았다.

항쟁 당시도, 지금에도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한 그들은 편안히 눈을 감았을까.

청소년 열사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써내려간 기사는 감사하게도 광주전남기자협회 2021 올해의 기자상 신문·통신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게 됐다. 유족 등 남은 자들, 부원과의 소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수상 후 오월 관계자의 축하 문자에 기쁨보다 무거움과 사명감이 앞섰다.

41년, 곧 42년이 흐른다.

청소년 열사들은 눈을 감았지만, 그들의 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간다.

우리 모두가 한때 청소년이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민주화운동 속 청소년들의 존재가 지워져서는 안 된다. 그들의 항쟁이 '내면의 정직성'으로 평가되길 바란다. 그들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머무르길 원한다.

1980년 5월은 지났지만, 우리의 5월은 진행 중이다.

발포를 명령한 학살자는 죽었지만,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

다가오는 2022년 새해에는 아직 밝히지 못한 진실을 세상으로 꺼내야 한다.

모두가 오월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