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
필자는 9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에서 근무할 때,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유엔위원회(UNCOPUOS)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우주 관련 기술적 및 법률적 측면을 협의하는 유엔 산하기구다. 지구 주위를 회전하는 위성의 70% 이상이 고도 200-2200㎞인 저궤도(LEO)에 위치하면서 주로 지구관측 활동을 수행한다. 적도 상공 36,000㎞ 지점인 지구정지궤도(GSO)에는 동일한 위치에서 특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방송통신용 위성이 자리잡고 있다. 2020년 11월 유럽우주기구(ESA)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까지 발사된 위성은 총 10,490개이고 이 중 운용되고 있는 위성 수는 미국이 1425개, 중국이 382개, 러시아가 172개다. 일체의 궤도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소수의 위성은 군사첩보용이다. 우주개발에는 국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점점 더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오늘날 민간 위성기업의 숫자는 10년 전에 비해 100배 이상 증가한 1100여개에 이른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 엑스(Space X), 그리고 아마존의 초대형 군집위성이 대표적인 실례다. 미국의 뉴멕시코에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공항도 설치되어 있다.
위성은 탑재체와 발사체로 구성되는데 그 핵심은 발사체 기술에 있다. 위성 발사체는 기본적으로 로켓 엔진으로 추력을 얻는다. 그런데, 로켓 기술은 평화적 및 군사적 목적으로 공히 쓰일 수 있다. 위성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로켓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본질적인 차이는 탑재체가 위성이냐 아니면 무기냐이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란 무기 배치 등 군사적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 발전으로 우주개발이 촉진되면서 미국 및 중국, 러시아 간의 우주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군사위성은 물론, 위성 요격용무기(ASAT)의 개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위성을 잡는 위성(소위 킬러 위성)도 등장하는 상황이다. 일찍이 국제사회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일련의 국제법규범을 채택한바, 그 대표적인 협약이 1967년에 발효된 우주 조약(OST)이다. 이 조약의 핵심 조항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 및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배치 금지다. 그런데, 인류의 우주 이용에 수반되는 부정적 요소 중 매우 심각한 것은 우주 폐기물(space debris), 즉 쓰레기 문제다. 위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우주 폐기물을 여하히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필자는 오스트리아에서 근무할 당시, 위성을 발사한 국가가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발사국 부담원칙(LPP)'을 제시하여 유엔사무국의 뉴스레터에 그 내용이 소개된바 있다. 유럽우주기구에 따르면, 지름이 10㎝ 이상인 우주 폐기물은 34,000여개이고 1㎝이상인 것은 10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우주 쓰레기는 우주 환경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위성의 안전한 운행을 위협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명이 종료된 위성을 무덤궤도(혹은 폐기궤도)로 이동시키거나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태워버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주청소 전문업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35개의 위성을 보유한 한국도 우주개발 국가군에 속한다. 아리랑과 우리별은 지구관측용 저궤도 위성이고 무궁화는 방송통신용 지구정지궤도 위성이다. 작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우리는 5월말 달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협정'에 1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작년 10월에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린 누리호는 100% 우리 기술로 제작한 최초의 발사체라는 데 크나큰 의미가 있다. 위성 발사는 '첨단 과학기술의 총합'이다. 발사된 위성은 진동, 충격, 소음, 압력이라는 도전적 발사환경을 극복한 후라야 비로소 예정된 우주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태양의 정면 방향에서는 120도, 정반대 방향에서는 -180도에 이르는 극심한 온도 차이도 견뎌내야 한다. 광활한 우주는 인류의 소중한 공공자산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주를 평화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군비경쟁 방지는 물론 '난개발'을 피해야 한다. 우주개발 국가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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