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으로 돌아온 '제3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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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으로 돌아온 '제3 공화국'
  • 입력 : 2022. 02.06(일) 16:02
  • 이용환 기자
'시간여행 1965-1980'. 눈빛 제공


'시간여행 1965-1980'

박옥수 | 눈빛 | 5만원

사진의 본질은 예술일까 기록일까. 어쩌면 그런 구분 자체가 의미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진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기록을 위한 사진은 그 이야기 자체가 사실(현실)이지만 예술사진은 꼭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소재에 픽션을 넣어 들려 주려는 이야기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더하기 위해 과장이 개입될 개연성도 크다. 그렇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반영하는 사진의 특성상 사진은 예술이면서 기록이다.

사진작가 박옥수가 최근 펴낸 사진집 '시간여행 1965-1980'은 소재가 아니라 그 소재에 담겨진 특별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사진집이다. 67학번인 박옥수는 광주일고 재학 시절부터 사진을 찍었고 지금도 현역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사진집에서도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전달되도록 한 부분을 과장해서 찍은 사진을 내놨지만 대부분의 사진은 사실을 전달하는 Documentary(기록)적 요소로 가득하다.

사진집은 사진작가 박옥수가 사진에 막 입문한 1965년부터 1980년까지 촬영한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기인 제3공화국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산업사회로의 진입, 전통의 퇴조 내지는 소멸, 일상을 지배했던 집단주의 등이 박옥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사실들이다. 미디어의 중심에 설 만큼 리얼한 뉴스의 현장이면서 누구나 겪었던 일상의 순간이기도 하다. 1960~1980년까지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우리의 자화상으로도 소중한 자료들이다.

그는 이 시기 거리를 걸으면서 대상을 관찰하고 자신이 원하는 표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사진은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그는 1960~70년대의 현실을 사진작가 박옥수의 눈으로 '재창조'시켜 당시 그 시절이 보다 한층 뛰어난 '현실감'을 보여준다. 우리가 애써 지우거나 잊으려 했던 전통이라는 이름의 잔재를 담아내고, 누군가는 희망 속에서, 또 누군가는 절망 속에서 살아간 삶의 흔적이 엿보인다.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장충단 공원 유세장에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부터 '서울의 봄' 당시 그 유명했던 학생들의 서울역 회군, 창경원에서 휴대전축을 틀어놓고 춤추는 젊은 남녀, 산업화에서 소외된 군상, 집단체조에 동원된 무표정한 여학생, 하나둘 주검으로 돌아와 묻히는 파월용사 묘역에서 울부짖는 여인들까지. 현재를 구성하는 퍼즐의 조각을 맞추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사진들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