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의 재사용을 장려하고 폐기물을 최소화 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광주지역 사회적기업 등도 재사용과 폐기물 최소화에 앞장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자투리 의류 원단이 파우치, 슬리퍼 등으로 재탄생 하고 있고 잔여 폐기물 등이 고체형 비누, 주방세제 등으로 깜짝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가 어느덧 생활 속 실천운동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어 반갑다.

환경관련 전문가들은 제로 웨이스트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강좌 운영과 제품을 나눔·공유할 수있도록 별도의 운영기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자투리원단도 재활용이되네

"의류 재활용이라 해서 쓰레기를 가져다 의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생산하는 곳부터 쓰레기를 줄여나가야지요. 제로웨이스트는 분야 상관없이 생산자와 소비자, 디자이너가 함께 해야해요"

2011년부터 사회적기업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나무'를 운영중인 양용(55·여)대표. 총 3명의 다문화 여성들과 자투리 의류원단을 재활용해 명함케이스, 슬리퍼 등 15여가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4일 광주 광산구 송정동 떡갈비 골목 일원에 위치한 한 상점. 상점 내부로 들어가 보니 방에서 작업자들이 의류를 재단하고 있다. 재봉틀과 가위 등을 이용해 의류를 다루고 있는 모습에 수선업체 아닌가 싶었는데 지난 2011년 문을연 사회적 기업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나무(대표 양용)'였다.

양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된 다문화가정 여성에게 문화·교육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총 3명의 다문화여성들과 함께 의류를 제작해 판매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공연예술의상학을 전공한 양 대표는 매번 의류를 만들 때마다 남는 의류 원단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중 남는 원단만 따로 모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양용 대표와 3명의 다문화여성들이 자투리 의류원단을 재활용해 만든 슬리퍼, 명함케이스.

양 대표는 "현대사회 패션 흐름은 대량 제작 과정을 거쳐 저렴한 값에 소비된 이후 빨리 버려지는 '패스트패션'이 전개되고 있다"며 "5×5㎝ 크기의 자투리 원단만 있어도 손수건, 파우치 등을 만들 수 있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기업(매장)에는 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만들어진 명함케이스, 슬리퍼 등 15여가지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연 매출 2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양 대표는 2020년부터 2년째 의류 제로웨이스트 주제로 환경교육활동도 벌이고 있다.

양 대표는 "대구지역 한 의류업체에서 자투리 원단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500㎏ 톤백 기준 3~4개 분량이었다. 패션·유행에 민감하고 4계절이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 유행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의류들이 대량 생산되는 만큼 덩달아 자투리 의류 폐기물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다"며 "최근 문정여고 고3 학생들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 실천 교육을 했고 장성중앙초 등 기타 시민대상으로 청바지 주머니를 활용한 벽걸이 포켓 제작 등 제로웨이스트패션 실천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11년째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의류 분야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 대표는 의류 외에도 장롱 속에 있는 이불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양 대표는 "각 가구마다 신혼살림으로 장만한 두꺼운 이불들이 있을 것이다. 이불도 의류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에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불속에 들어있는 목화솜을 재가공 해 요양원, 단체 기관 등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잔여 폐기물 최소화 '천연고체비누'

같은날 찾은 루트공방(동구 무등로 449번길 22-5). 공방 문이 열리자 녹색, 노란색, 흰색 등 여러 가지 색상의 고체 비누들이 진열장에 쌓여 있다. 진열장 한쪽 책상에서 우혜진(39·여) 루트공방 대표가 오일과 정제수를 비커에 담아 계량하고 있다.

4년째 루트공방을 운영중인 우혜진(39·여)대표. 우 대표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월 20회 이상 '천연고체비누만들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우 대표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월 20회 이상 '천연고체비누만들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우 대표가 공방을 운영하며 강좌를 개설한 데는 천연고체비누를 실생활에서 접하면서다.

우 대표는 "아토피가 있는 자녀를 양육하던 중 천연고체비누를 사용하면서 증상이 개선됐던 경험이 있다"며 "경험을 토대로 비누공방을 2년동안 다니며 기본 지식을 터득한 이후 비누 제작에 필요한 자격증들을 취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연고체비누 만들기 강좌는 실생활 위주로 유아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녹여붙기 비누, 천연재료(식물성 오일·양잿물)를 주로 사용하는 저온법 비누, 입욕제, 고체형 주방세제 제작 등으로 구성됐다.

강좌를 통해 우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고체비누를 사용함으로써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

'천연고체비누만들기 강좌'를 통해 만들어진 입욕제와 고체형 주방세제.

우 대표는 "주거공간인 욕실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에 샴푸, 바디워시, 클렌징 폼 제품 등이 담겨 있다"며 "고체형태의 비누, 주방세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지 않아 폐기물 발생이 최소화됨으로써 제로 웨이스트의 일환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체비누를 만드는 과정은 스텐 비커에 오일(올리브·아보카도 등), 정제수, 가성소다, 천연분말(숯·청대 가루 등)을 섞어 틀에 붓고 24시간 보온고에 넣어두면 비누가 완성된다.

올해 우 대표는 고체비누 제품들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집중 교육할 계획이다.

우 대표는"고체비누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 하지만 사용하는데 불편하고 액체류보다 효과가 미미할 거란 인식이 있다"며 "고체비누 제품들을 사용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가 실현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제로 웨이스트 교육 뒷받침돼야

환경전문가들은 제로 웨이스트 실천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승희 녹색소비자연대 소장은 "패스트패션 때문에 발생되는 자투리 의류 원단이 슬리퍼, 에코백 등으로 재탄생되고 있어 제로 웨이스트 표본 사례라 할 수 있다. 자투리 원단 재활용으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강좌도 확대 운영돼야 한다"며 "고체비누, 주방세제 등의 경우 양잿물(친환경)을 사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용 시 물 순환체계(수생태계)에 어떠한 이로운 영향을 끼치는지 추가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분야별 제로웨이스트 제품들이 확대·공유되도록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국장은 "각종 재활용이 가능한 용품들을 수거·수리 후 수요자에게 공급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곳을 '새활용센터'라고 칭한다"며 " 새활용센터와 마찬가지로 일상생활 다양한 분야의 제로웨이스트 제품들을 공유·나눔 할 수 있는 기관 마련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사진 = 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