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가 외면한 우리 고구려의 '진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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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가 외면한 우리 고구려의 '진짜 역사'
  • 입력 : 2022. 02.17(목) 17:38
  • 이용환 기자

중국 집안 광개토대왕비 앞에서 학생들이 고구려의 역사와 호연지기를 배우고 있다. 뉴시스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 논형 제공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

이석연·정재수 | 논형 | 3만원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통치기간은 서기 391년부터 491년까지 정확히 100년간이다. 이 기간 광개토왕은 39세에 숨을 거둘 때까지 거대한 고구려를 만들었고, 어린 나이 왕위에 오른 장수왕은 중국 왕조에 굴복하지 않고, 고구려의 전성기를 완성했다.

하지만 삼국사기를 보면 기록 자체가 너무나 부실하다. 광개토왕의 경우 정복사업은 백제, 거란, 후연 등 3개 뿐이다. 이 정도의 정복사업은 고구려 역대 왕들도 모두 갖고 있다. 삼국사기에 언급된 3개 정복사업 또한 광개토왕릉비의 7개 정복사업인 비려, 왜잔국, 백신, 신라, 왜적, ○○, 동부여 등과 완벽하게 겹치지 않는다.

헌법학자 이석연 변호사와 역사칼럼니스트 정재수 작가가 펴낸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은 삼국사기가 기록하지 않은 고구려의 역사를 담고 있다. 고구려 최전성기인 광개토왕과 장수왕 시대를 관통하는 새로운 역사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광개토왕과 장수왕의 역사는 모두 지우자"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책은 일제강점기 남당 박창화 선생이 일본 왕실도서관에서 필사해 온 '고구려 사략'의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

'고구려 사략'에는 '삼국사기'가 일체 기록하지 않은 '광개토왕릉비' 비문의 8개 정복사업 기록이 모두 나온다. 어느 경우는 비문 기록보다 상세하며 참전 장수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한다.

장수왕의 경우도 '고구려 사략' 기록의 분량은 '삼국사기'의 8배에 달한다. '고구려 사략'은 상대국의 사신이 고구려에 파견돼 공물을 바치는 행위인 '래조' 기록을 담았다. 모두 65회가 나왔으며, 중원왕조뿐 아니라 한반도 백제, 신라, 가야, 그리고 멀리 일본열도 왜도 고구려 장수왕에게 공물을 바친다. 기존의 역사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말 그대로 새로운 역사의 총람이다.

아울러 삼국사기를 비롯한 기존의 중국, 일본의 관련 사서도 모두 반영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중국 집안의 광개토태왕릉비를 비롯한 관련 유적지와 유물을 찾아 수차례에 걸쳐 곳곳을 답사했다.

책은 또 국내 최초로 '태왕차자릉 판석'을 공개한다. 판석은 길림성 집안의 고구려무덤 떼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태왕차자릉 주인공인 태왕차자는 광개토왕 담덕의 동생인 용덕으로, 용덕은 장수왕의 실제 생부다. 태왕차자릉 판석은 장수왕의 출생 비밀을 담고 있는 고구려사의 열쇠이면서 의미있는 유물이다.

책은 크게 '정복군주' 광개토왕과 '수성군주' 장수왕 부문으로 나눈다. 광개토왕은 '광개토태왕릉비'의 새로운 해석에 기반한 정복사업과 관련 유물 유적이며, 장수왕은 다양한 외교에 기반한 수성사업과 관련된 유물 유적이다. 또 '고구려 사략' 장례 기록에 근거해 지린성 지안시 고구려무덤 떼의 왕릉급 무덤의 주인공들을 모두 특정해 담았다.

지금까지 출간된 광개토왕 관련 도서는 수십여 종이다. 주로 광개토태왕릉비문의 판독을 두고 시시비비를 따진 도서들이다. 다소 역사적 영역보다는 과학적 영역에 치중한 판단과 해석을 담다 보니 정작 우리는 정복군주 광개토왕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고구려의 역사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임나일본부설'로 왜곡되고 수난 당하고 있다. 2022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이 보여준 한복 논란도 결국은 중국이 고구려의 역사를 가져가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다. 삼국사기는 왜 기록을 남기지 않아 우리의 웅혼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잊게 만들었을까. 광개토대왕을 바로 알고 고구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어쩌면 꼭 필요한 책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