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마지막 희망… 미생물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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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마지막 희망… 미생물에 대한 모든 것
  • 입력 : 2022. 02.17(목) 17:38
  • 이용환 기자
미생물이 우리를 구한다. 문학수첩 제공
미생물이 우리를 구한다

필립 K. 피터슨 | 문학수첩 | 1만6000원

2019년 겨울 이후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바이러스다. 팬데믹으로 일상이 멈춘 요즘처럼 미생물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 인류에 끼친 영향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공포와 적의도 느꼈다. 하지만 미생물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놀라운 치유의 힘을 갖고 있고 강력하게 생명체의 삶을 유지시키는 고마운 존재다.

감염의학 분야에서 40년 넘게 활동해온 전문의 필립 K. 피터슨이 쓴 '미생물이 우리를 구한다'는 미생물의 신비한 세계를 천착한 책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미생물도 있지만 이로움을 주는 미생물이 그보다 훨씬 많다고 설파한다. 아무런 득과 실을 주지 않는 '고요한' 미생물도 부지기수다.

저자는 생명을 순환·생존시키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가장 큰 무리인 미생물이 주는 '병'과 '약'을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모든 전쟁의 사망자보다 더 많은 죽음을 부른 치명적 바이러스를 비롯해 이를 죽이는 박테리오파지, 나아가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기후변화 위기의 극복에 일조하는 미생물까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는 말 그대로 인간과 대자연을 살리고, 병들게 하고, 환경을 변화시킨다.

책은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2가량을 감염시킨 페스트를 비롯해 에이즈, 천연두, 사스 등 고대부터 최근까지의 온갖 병증과 치료법, 인류에게 남긴 과제 등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공기, 곤충, 수질 오염 등 감염이 이뤄지는 경로에 따른 분류를 통해 병원균이 인간과 접촉하는 방법도 들려준다.

반대로 미생물은 우리에게 무해하거나 이롭게 작용하는 종류가 훨씬 더 많다.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기름 유출 가스를 먹어 치우는 미생물은 기후 위기 극복의 열쇠다. 면역 체계에 작용하는 미생물 또한 인류 진화와 생물 멸종 연구의 돌파구가 된다.

타인의 대변을 이식해 그 안의 미생물 생태계를 통해 병을 치료하고, 병원균을 파괴하는 박테리오파지는 대장염 발병 방지를 위한 식품 감염 예방제로 사용된다. 흔히 건강보조제로 복용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신생아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제로써 기대를 모은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미생물이 역설적으로 지구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사실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숫자조차 모두 파악하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놀라운 세계가 앞으로 우리를 더 놀라게 할지도 상상할 수 없다. 태초부터 존재하며 이 행성의 생태계를 건설해 온 가장 작은 생명체. 미생물은 과연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인간의 독창성이 결합된다면 우리가 현재 처한 곤경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희망적인 답을 미생물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답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