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푸르다' 색채 언어는 풀(草)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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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푸르다' 색채 언어는 풀(草)에서 비롯
(136) 파란색의 모든 것
  • 입력 : 2022. 02.15(화) 12:57
  • 편집에디터

색의 어원

색(色, 한자로 빛 색 또는 용모 색)은 인품이나 성질을 뜻하는 인(人)과 꼬리를 뜻하는 파(巴)가 합쳐진 문자이며, 사람의 성질 또는 용모가 짐승의 꼬리 부분과 어떤 관계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짐승들은 성장하여 교미 시기가 되면 꼬리 부분이 빨간색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욕망에 있어서 성적 욕망은 색욕(色慾) 또는 색정(色情)이라고 칭하거나 비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색마(色魔) 또는 색광(色狂)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불가에서 색(色)은 눈에 보이는 현상, 곧 만물 세계를 뜻한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은 대승불교 반야사상(般若思想)의 핵심을 담은 경전이며, 이 경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독송되는 불경이고, 해인사에 있는 고려대장경이 영인본(影印本)이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은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반대되는 말이다. 색즉시공은 색(色)으로 표현된 모든 현상을 평등하고, 무차별한 공(空)이라고 한다.

이는 곧 실상(實相)과 상즉(相卽)하여 둘이 없다는 뜻이고, 색공불이(色空不二)·진공묘유(眞空妙有)의 뜻을 말한다. 온갖 존재는 공한 것이어서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쓰는 말로 다음과 같은 뜻이 있다. "유형의 만물인 색(色)은 모두 인연의 소생(所生, 자기가 낳은 자식)으로서 그 본성은 공〈空, 실체가 없고 자성(自性, 만유의 본질)도 없다〉이다."

'푸르다'라는 색채 언어는 동물을 비롯한 우리 인간의 영양원이 되는 '풀(草)에서 비롯되었다. 한자 '청(靑)'자는 생(生)의 변형인 주(主)자 아래 단(丹)자를 받쳐 만들었다. 불그레한 구리 표면에 생긴 녹을 가리키는 것으로 녹의 색이 푸르다 하여 '푸르다'의 뜻이 되었다.

인류학자들은 파란색이 현생인류(現生人類) 이후 수천 년 동안 단독 색으로 분류되어 인식되지 못했다고 추정한다. 기원전 5000년경까지 파란색은 검정색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헤브라이(Hebrew)인은 파란색과 보라색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았다. 파란색은 자연에서 가장 드문 색이었다. 이것이 '진짜 파랑(true blue)'과 '파란 피(blue blood)'란 말이 생긴 기원이다.

영어 블루(blue)는 '짙은 파랑'을 뜻하는 고대영어 bl hawen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바다에서 느껴지는 푸른 물결을 상징한다. '블루먼데이(blue monday)'를 직역하면 '파란 월요일'이지만, 의역하면 '우울한 월요일'이 된다. '우울한 월요일'의 어원을 따져보면 사순절<四旬節, 파스카(Pascha, 유대교의 3대 축일 중 하나)의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설정된 40일간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며 단식 등의 절제된 생활을 하며 보냄>을 앞둔 월요일을 말한다. 이날 교회는 파란색 포장을 둘렀었는데, 순절(殉節)이란 그리스도의 죽음을 상징하는 우울한 기간이므로 그동안에는 세속적인 쾌락을 삼가야 했다. 그런 까닭에 '블루먼데이'는 자연스럽게 '우울한 날'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또한 이에 연유하여 '블루(blue)'는 '그리움' 이외에 '우울'이라는 의미도 지니게 되었다.

색채와 사회적 역사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년~BC 322년, 색 질서를 최초로 시도한 사람으로 <시각론>과 <색각설>이 유명)는 그의 저서인 티마이오스(Timaios, BC 360.)에서 '색채를 단순히 또 그 자체로써 아름다운 기하학적 형상과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색채 속에서 스스로 빛으로 변하고자 하는 물질적 노력을 보았다. 이것은 모든 이상주의적 철학에 아주 중요한 주제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두움 속에서 왜 물체가 보이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색의 출현을 성정과 결실을 맺는 원리에 따라 질서화를 시켰다.(BC 269년)

그는 자연현상을 4가지 색〈물(水)은 파랑, 불(火)은 빨강, 공기는 녹색, 흙(土)은 노랑〉으로 분류하였다. "물(水)을 파랑이라고 주장하였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