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부터 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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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부터 패권경쟁까지… 흥망성쇠의 비밀
  • 입력 : 2022. 03.03(목) 14:54
  • 이용환 기자
제국의 시대. 김영사 제공




제국의 시대

백승종 | 김영사 | 2만1000원

인류의 역사에 영원한 제국은 없다. 역사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고, 흥망성쇠는 마치 자연현상처럼 끊임없이 일어난다. 왜 제국은 흥망을 되풀이 하는 것일까. 무엇이 제국의 운명을 결정할까.

동서양 역사에 두루 정통한 역사가 백승종 교수의 신간 '제국의 시대'가 이에 답한다. 2000년이 넘는 광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역사적 통찰이 필요하다.

1000년 영화를 자랑하는 로마제국, 너무도 짧았던 영광의 몽골제국, 동서 교차로의 중심 오스만제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지구 끝까지 팽창했던 한 대영제국,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던 독일제국, 엇갈린 운명의 100년 전 동아시아와 일본의 융성, 현대의 세계제국 소련·미국·중국까지. 저자는 인류사회를 주도한 9개 제국의 성공과 실패, 결정적 사건과 인물을 추적해 역사를 움직이는 6가지 힘과 원리를 통찰한다. '역사를 이끌어온 이치와 패턴을 파악할 때 우리는 비로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실제 역사적으로 최초이면서 초강대국이었던 로마의 멸망을 초래한 위기는 이민족의 침략과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저자는 전염병과 기후변화에 주목한다. 사실, 로마인의 사망 원인 1위는 바로 전염병이었다.

로마제국은 전염병이 널리 전파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고도로 도시화된 수도 로마에는 인구 밀집 지역이 많았다. 결정적으로 로마에는 전 유럽을 연결하는 대규모 도로망이 있었다. 군사, 행정, 무역에는 유용하게 사용되었으나, 도로망을 따라 전염병 또한 도시에서 도시로 퍼져나갔다. 게다가 지진,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전염병이 더 쉽게 발생했다. 기후변화도 로마제국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20세기 전반, 독일제국도 리더의 잘못된 선택으로 총체적 파멸의 위기를 두 차례나 겪었다. 1862년 프로이센의 총리로 임명된 비스마르크는 '철혈 정책'을 표방하며 군비를 확장했고 10년도 안 돼 독일 지역을 통일, 독일제국을 출범했다. 하지만 황제 빌헬름 2세는 유능한 비스마르크를 몰아내 전쟁 준비에 매달렸고, 그 결과 독일은 1차대전을 일으켜 처절한 패배를 떠안았다. 이후 바이마르공화국을 거쳐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독일은 또 다시 2차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역사적 이유도 간명하다. 지구 상 어떤 국가도 대영제국보다 넓은 영토를 지배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영국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영국은 왜 유럽 통합을 거부하고 브렉시트를 결정했을까.

저자는 이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처음 유럽 통합이 기획됐던 1950년대 영국의 수출품은 절반가량이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로 향했다. 수입품의 약 40% 역시 영연방 국가에서 들어왔다. 그래서 영국은 영연방과의 관계를 중요시했지 유럽과의 관계는 부차적이라고 여겼다.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라는 자부심이 만들어 낸 필연인 셈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현실에 대한 주장도 내놨다. 과거 비단길(실크로드)은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이어주는 교역로이자 문화와 종교를 전파하는 쌍방향 통로였다. 몽골제국은 비단길을 통해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저자는 '21세기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주요한 교역로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이 갈등과 대립의 중심지가 돼 쇠락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역사학자는 곧 미래학자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위치를 알고, 미래를 그려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인류의 역사에 영원한 제국은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