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이념의 기틀을 세운 민족지성 조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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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이념의 기틀을 세운 민족지성 조소앙
  • 입력 : 2022. 03.17(목) 13:54
  • 이용환 기자

1945년 12월 초 귀국한 임시정부 요인 2진 기념촬영.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조소앙 평전. 민음사 제공

조소앙 평전

김인식 | 민음사 | 3만5000원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가이면서 정치가였던 조소앙은 민족운동의 정신적 기틀이 된 삼균주의(三均主義)를 창안했다. 특히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며 외교와 정책 실무를 책임졌던 그는 엄혹한 시대 상황에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1887년 경기 교하군(현 파주시)에서 태어난 조소앙은 일찍이 대한제국 관료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성균관에 입학했다가 황실특파 유학생으로 선발돼 도쿄에서 근대 교육과 법학을 수학했다. 그러나 1910년 국권 피탈과 함께 그가 복무할 나라는 사라지고 말았다. 직업혁명가로 투신해 중국 망명길에 오른 조소앙은 1919년 3·1운동으로 독립운동 역량이 결집하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온 힘을 쏟았다.

이후 조소앙의 삶은 임시정부와 분리되지 않는다. 1920년대 잠시 이탈한 적을 제외하고는, 상하이 임시정부가 등장한 때부터 1948년 8월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그는 임시정부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8·15해방을 맞아 귀국한 뒤에도 김구 등과 함께 신탁통치 반대운동에 앞장섰으며, 민족진영 정치세력을 결속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1950년 제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6·25전쟁 중 납북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만을 좇았던 그의 정치적 비전도 무산되고 말았다.

'조소앙 평전'은 근현대사 연구자인 김인식 중앙대 교수가 집필한 독립운동가 조소앙(1887∼1958)의 삶을 재조명한 책이다. 조소앙이 강조했던 삼균주의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소개하고, 삼균주의와 임시정부 법통성 간 관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서술했다.

삼균주의는 개인·민족·국가 간 균등과 정치·경제·교육 균등을 통해 이상사회를 건설하자는 이론이다. 임시정부의 공식 문서로 1931년 대외선언에서 처음 보이며, 1930년대를 거쳐 심화되어 1941년 충칭 임시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건국강령에서 임시정부의 기본이념이자 정책노선으로 확정됐다. 이후 임시정부의 기초정당인 한국독립당과 독립군의 강령이 되면서 다양한 좌우익 사상이 혼재했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진영에서 지도적 이념으로 자리매김했다.

책은 삼균주의의 배태기, 정립·주창기, 실천기 등 단계를 세분화 해 조소앙의 삶 속에서 삼균주의 사상이 발전해 나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내보인다. 김구, 이승만, 신채호 등 그동안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의 덜 알려진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삼균주의는 인간 세계의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 균등을 실현하려는 유토피아의 보편성에서 출발했다"며 "여러 불평등이 존재하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보면 삼균주의가 여전히 유효한 시대정신"이라고 역설한다.

조소앙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꼭 64년이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지기는 커녕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양극화를 비롯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또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저자는 불평등과 갈등부터 국가간 전쟁까지 혼란 속에 빠진 지금 조소앙의 시선으로 대한민국에 묻는다.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만국의 민족자결은 얼마나 실현되었는가. 남북을 통일할 이념은 마련되었는가. 빈한한 계급의 생활과 문화 수준은 얼마나 올라갔는가. 정치, 경제, 문화 각 방면에서 균등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엄혹한 시대 상황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지성의 삶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앞두고 주권 독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한편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를 숙고하게 한다. 민족과 세계의 미래를 두루 모색한 조소앙의 삼균주의에서 함께 그 해법을 찾아보자.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