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가정원 '나무박사'의 숨겨진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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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 '나무박사'의 숨겨진 나무 이야기
  • 입력 : 2022. 03.31(목) 11:08
  • 순천=박기현 기자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은 한 가족이 연초록으로 물든 순천만 국가정원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며 인생샷을 연출하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 제공

나무는 내 운명. 문예춘추사 제공

나무는 내 운명

이천식 | 문예춘추사 | 1만5800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되기까지 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2009년 국제원예박람회 인증기구인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의 승인으로 유치가 확정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총면적 111만2000㎡에 조성하는 토목과 건축공사부터 꽃과 나무를 심는 일까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국내 최초로 국가정원을 만드는 과정이었던 만큼 관계자들은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다니며 국가정원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조경학자이면서 순천만 국가정원이 조성될 당시 조경팀장으로 일했던 이천식의 '나무는 내운명'은 나무와 평생을 함께 해 왔던 저자가 전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만든 나무들의 이야기다. '나무로부터 인생을 배웠고 나무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며, 미래세대를 위해 나무를 심고 가꿔왔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모과나무 한 그루를 옮겨오기 위해 날마다 마을을 방문하다가 위험에 빠진 할머니를 구한 가슴 뭉클한 사연부터 큰 나무 하나를 헬기로 운송하기 위해 들였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나온 나무와 돌을 옮기기 위해 위험한 도로 상황을 정리해야 했던 기억 등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법원 등기부에 등재된 호적 나이 500세와 달리 100년은 더 살아온 것 같은 나무의 사연, 수 많은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국가정원의 특별한 나무 이야기, 국가정원을 만들면서 매립형 말뚝지주목을 고안한 뒤 특허까지 받았던 저자의 경험도 읽는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정원을 만들기 위해 네덜란드 쾨켄호프를 다녀온 후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온갖 정성을 들여 나무를 구하고, 심고, 기른 숨겨진 이야기도 생생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공무원 한 명이 만든 이야기는 아니다. 함께 노력한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숨겨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국가정원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좋은 나무 한 그루를 찾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무를 모으고, 옮겨와, 심고, 잘 자라도록 정성을 다해 키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무에 대한 경외심까지 갖게 된다.

'나무가 죽으려고 하자 미안해서 죽지 못하도록 정성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나무를 돌봤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길가에 심어진 많은 나무 하나에서도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공무원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무 심는 조림 업무를 담당한 저자는 2013년 개최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이 2015년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되면서 박람회장의 정원팀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에서 박람회장 설계와 조성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오얏나무 천 그루를 심는다'는 뜻의 이천식(李千植)이라는 이름에서처럼 저자는 나무와 운명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특히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 즈음 공원과 정원, 조경과 화훼·원예 등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손잡고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는 오늘도 정원을 만들기 위해 현장을 누비면서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다.

봄이 되면서 주변에 온통 봄꽃이 피어났다. 푸르름도 천지다. 올 봄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아 책에 담긴 사연을 떠올리며 서문 습지부터, 바위정원, 세계전통공원, 메타세쿼이아 길을 거쳐 순천만 습지까지 걸어야겠다.

순천=박기현 기자 kh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