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진료소도 못가"…생존과 싸우는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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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혼자 진료소도 못가"…생존과 싸우는 장애인들
●광주인권사무소 정책토론회||코로나 시기 심해진 차별과 외면 ||지원인력 없인 자가격리 힘들어||시각장애인에 자가키트 검사 요구||"감염병 매뉴얼 취약계층 반영해야"
  • 입력 : 2022. 04.13(수) 17:05
  • 김혜인 기자
13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4주년을 맞이해 '코로나19와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광주인권사무소 제공
"장애가 있는 나에게 지난 코로나 시국은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떤 배려도 없었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 막막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3년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모든 이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었지만 그 중에서도 장애인들에게 지난 시간은 힘든 세월이었다. 차별은 더욱 공고화됐고 오로지 생존을 위해 소외속에서 버텨야 했다.

장애를 가진 이가 자력으로 이동하기 힘들어 운송수단을 이용해 검사를 받으러 시도하면 '생각없는 사람'으로 불렸고, 시각장애인에게 자가키트를 권하기도 했다. 또 청각장애인에게 전화 치료는 무용지물이었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 14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와 장애인 인권'을 주제로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시각장애인이자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권교육활동가인 강상수 씨는 "선별진료소에 가기 위해 장애인 운송수단을 이용했는데, '안 그래도 부족한 지원인력들을 격리시켰다'며 한심하고 생각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며 "내 몸보단 공익을 위해 검사를 받겠다는 나에게 사회는 '너 때문에 다른 사람도 격리됐다'고 손가락질 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강씨는 "또 하나의 복병은 자가키트 검사이다. 불행 중 다행히 내가 확진이어도 나를 만난 사람이 격리되는 일은 없다고 하니 친구나 활동지원사 선생님을 불러 몇 번 사용해봤다"며 "자가키트는 시력을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자가키트가 아닌 셈이다"고 호소했다.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윤희영 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중증장애인으로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에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스스로 자가격리 생활을 하다보니 외롭고 우울해졌다"며 "신체적인 증상보다 더 불안한 것은 자가격리다. 일상생활에 많은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자가격리는 활동 지원 서비스 공백을 유발하며 당장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씻지 못하는 것 즉, 일상생활이 마비되는 게 가장 큰 문제이자 두려움이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는 비장애인만을 위한 위기관리였다. 2015년 메르스 발병 당시 장애인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한 감염병 대비책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배현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지원팀 부장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 시국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이 부재한 현실의 민 낯을 드러낸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배 부장은 이어 "2015년 메르스 당시 장애인 대책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이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국가에게 장애를 고려한 감염병 기본계획 및 표준매뉴얼 제작을 요구했었다. 또 재판부 또한 보건복지부에 요청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조정의사가 없다'고 답했으며, 법원이 강제조정안으로 감염관리 인프라 개선, 감염병 표준매뉴얼에 감염취약계층(장애인)을 반영하라고 주문한 것 역시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광주시는 관내 장애인들의 활동 양상의 변화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장애인들이 코로나19와 관련해 겪은 어려움이나 개선돼야 할 사항이 상당했다.

김전승 광주시 상임 인권옴부즈맨은 해당 모니터링을 토대로 △감염 정보접근성 해소 방안 △장애인 선별 진료소 지정 및 설치 △장애인 이동 지원 방안 △독거 중증 장애인 자가격리 시 지원 방안 △발달장애인 돌봄에 따른 가족 지원 방안 △장애인 확진 시 치료시설(생활치료센터) 지정 및 설치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김 인권옴부즈맨은 "앞으로 혹시 있게 될지도 모를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느낄 어려움을 미리 헤아리고 준비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이 토론회가 코로나 상황에서의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변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