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광주 시민들 그리고 8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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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세월호… 광주 시민들 그리고 8년의 기억
●광주 시민상주모임 8주기 추모||당자사 아니지만 지속적 연대||마을 촛불회 매주 피켓팅 활동||기억식·인권교육 모임 이어와
  • 입력 : 2022. 04.13(수) 17:41
  • 도선인 기자

세월호 광주 시민상주모임 소속 금호촛불회 회원들이 서구문화센터 앞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피케팅을 하고 있다. 세월호 광주 시민상주모임 제공

"광주 어딘가에 서 있는 것만으로 유가족에게 힘이 됐으면 했던 게 벌써 8주기가 됐네요." 김동채(65) 씨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피케팅에 나선다.

'성역없는 진상규명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어느새 진부해져 버린 문구를 광주 곳곳에 새기고 새기는 일이 그의 일상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날의 슬픔과 분노는 많은 광주시민들에게 감정을 넘어 애도의 실천을 이끌었다.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곧 내 가족의 일, 친구의 일, 내 이웃의 일이라 생각하며 8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세월호 광주 시민상주모임(상주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광주 시민들이 모인 지역 기반의 운동조직인 상주모임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쳐왔다.

참사가 발생한 2014년 광주 주요 지역마다 18개 마을 촛불회가 만들어졌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월호 리본 만들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포스터 만들기, 추모 문화제 진행, 기억 순례 등 지난 8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당초 "세월호 3년상을 치루자"는 약속에서 출발했지만 8년이 된 지금도 상주모임은 200여명의 회원들이 광주 곳곳에서 연대하며 유지되고 있다.

김씨는 금호촛불회와 운천촛불회에 속해있다. 매주 하루를 날 잡아 지금도 세월호 참사 관련 피케팅을 하는 촛불회는 여기 두 곳이 유일하다.

김씨는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처음보다 활동하는 시민들은 많이 줄었다. 월요일에는 서구문화센터 옆에서 화요일에는 운천저수지에서 피케팅을 하고 추모 물품들을 무료 나눔하고 있다"며 "어쩌다 피케팅을 빠지면, 한주가 완성이 안 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상규명 외침은 나에게 일상이다"고 말했다.

특히 금호촛불회는 8주기를 맞아 피케팅을 이어왔던 서구문화센터 옆에 '기억의 소녀상'을 제작했다. 제작비용은 오롯이 시민 펀딩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오는 5월 말까지 후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6일 공개 예정인 서구문화센터 옆 기억의 소녀상. 세월호 광주 시민상주모임 제공

김씨는 "세월호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한 촛불을 켜왔던 서구문화센터 자리에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는 16일 소녀상을 공개하고 후원을 5월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그곳이 학원가라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데, 항상 참사 희생자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어마어마한 참사를 겪고 마음에 요동이 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8년째 촛불 활동을 이어오면서 '웬만큼 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문재인 정권에서 진상규명 성과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활동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풍암촛불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까지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는 인권교육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풍암촛불회 소속 모임인 '줌마리봉스' 회원들 또한 여전히 공방에 모여 리본을 만든다.

풍암촛불회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소규모의 기억식을 190여회 진행했다. 주민들의 재능기부가 주축인 추모공연과 회원들의 자유발언이 이뤄졌고 줌마리봉스가 제공한 세월호 리본들을 무료 나눔했다.

2017년까지 이뤄졌던 것은 그만큼 문재인 정권을 믿었기 때문이다. 박종평(55) 풍암촛불회 대표는 "문 대통령이 유민아빠와 단식도 같이 했고 정권교체가 되면 일사천리로 진상규명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문 정권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문제는 한발짝도 나서지 못했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풍암촛불회의 기억식은 이번 8주기에 부활한다. '기억, 약속, 책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기억식은 오는 15일 신암근린공원에서 진행되며 이곳에서 회원들은 다시한번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외칠 예정이다.

오는 15일 진행되는 풍암촛불회의 기억식 포스터

박 대표는 "정권이 바뀌면서 촛불을 껐지만, 세월호 관련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안전사회'를 구축하는 일은 아이들이 내준 숙제였다"며 "주민들이 모여 안전, 인권과 관련된 서적을 읽고 생각을 나눴다. 이 활동이 현재 인권교육연구소의 전신인데, 학교나 복지관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 운천, 풍암을 제외한 마을 촛불회는 수완촛불회와 남구촛불회가 모임을 지속해오고 있다. 또 상주모임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진도에서 기억순례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6월과 10월에 세월호 단체들과 함께 팽목 기억캠프를 추진할 예정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