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인권 발전 초석 오월정신 되새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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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민주주의·인권 발전 초석 오월정신 되새길 것"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이모저모||관계자·유족 등 참석자 2000여명 달해||적십자·RCY 등 3년만에 주먹밥 나눔||416연대, 민노총 “오월 정신 본받자”||"과도한 경호·참석자 제한 아쉬워"
  • 입력 : 2022. 05.18(수) 17:27
  • 정성현 기자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둔 18일 오전 적십자와 RCY 봉사자들이 주먹밥을 준비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에 이바지한 5·18 정신을 기리는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열렸다.

'오월을 드립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기념식은 유공자와 유족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됐다.

기념식은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 △경과보고 △추모 공연 △기념사 △기념 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순으로 오전 10시부터 46분간 진행됐다.

●"5·18을 대표하는 음식, 주먹밥"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봉사 단체들의 주먹밥 나눔이 3년 만에 재개됐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소속 봉사자들과 RCY 소속 대학생들은 아침 일찍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입구에 모여, 1800인 분의 주먹밥을 준비했다.

대한적십자에서 나온 부덕임(72) 씨는 "지난 20년 동안 매년 5월18일 이곳에서 밥차를 꾸려 주먹밥을 만들었다. '주먹밥 퍼포먼스'는 5·18이 '민주화의 축제'라는 사실을 가장 잘 나타내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못 하다가 오늘 재개했는데, 힘에 부치지만 기분은 떠나갈 듯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RCY 대학생 봉사자 김효빈(20) 씨도 "아침 7시부터 나와 주먹밥을 준비했다. 광주시민들과 함께 그날의 대동정신을 실천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주먹밥 봉사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할 수 있어 뜻 깊다"고 덧붙였다.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된 18일 오전 4·16세월호가족협의회가 망월동 구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누군가의 열정·희생 담긴 '오월 정신'

전국철도노동조합·4·16세월호가족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이곳을 찾아 '오월 정신'을 되새겼다.

임충환 민주노총 전국철도노동조합원은 "타지 사람인 탓에, 5·18민주묘지를 찾을 기회가 없었다. 이곳에 와서 보니, '국가 폭력'이 있었던 광주의 진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며 "누군가의 열정과 희생으로 다져진 민주사회를 계승하기 위해, 참혹했던 역사를 잊지 않고 오월 정신을 오래도록 새기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매년 이맘때마다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은 올해 유독 무겁다.

김종기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월 어머니들을 뵐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을 인내하고 버티셨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점차 진상이 밝혀지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42년은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책임자 처벌·진상 규명 등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월호 가족들에게 이번 8주기가 유난히 지치고 힘들었다. 더 이상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오월과 어머니들의 정신을 본받고 교훈 삼아,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등 모든 것이 밝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경호·참석자 제한에 불만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열리는 첫 국가 행사에, 곳곳에서 '철통 경호'가 펼쳐졌다. 기념식장 입구에는 보안검색대 8대가 설치됐고, 검색대 한 곳당 5명의 경찰과 2명의 경호원이 검색 작업을 벌였다.

'80년 5월'에 남편이나 자식을 잃은 오월어머니의 지팡이도, 다리를 다친 부상자의 목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너무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주에서 이곳을 찾은 안모(82) 씨는 "먼 곳에서부터 어렵게 이곳을 찾았다. 먼저 간 이들을 만나기 위해 온 것인데, 대뜸 짚고 있던 지팡이를 확인하는 것은 상당히 불쾌했다"며 "대통령 경호를 위해 이렇게 수 천명의 경찰들이 지킬 필요가 있는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할 정도로 과하면 그것은 문제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경호 등을 이유로 참석 인원이 제한돼 추모를 위해 찾아왔다 입구에서 되돌아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 김종산(73) 씨는 "5·18 때 함께 투쟁하다 먼저 하늘로 보낸 절친한 친구를 만나러 왔는데, 입장 초청객이 아니라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했다"며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예전에는 방문객을 이렇게 막지 않았다. 주변에 참배객보다 경호 인력들이 더 많은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 보훈청·경찰청 등에 문의했으나, "보안 상의 이유로 답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된 18일 오전 한 참배객이 김형근 열사의 비석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