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 천년의 동반자 광주·전남… 다시, 닥치고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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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천년의 동반자 광주·전남… 다시, 닥치고 상생
최대 공기업 한전 공동 유치로 ||전국에서 모범적 상생정신 과시 ||지방소멸 공동 연대로 회생 강구 ||하나된 한뿌리 상생의 정신 필요 ||8기 출발은 기금조성안 서명부터
  • 입력 : 2022. 06.26(일) 17:05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고장난명(孤掌難鳴).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것으로, 혼자서는 이루지 못함을 의미하는 단어다.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장난명은 시도 상생과 협력의 다른 버전으로 이해될 수있다.

지난 5월 지방선거때 강기정 민주당 광주시장후보, 김영록 민주당 전남도지사후보, 윤병태 민주당 나주시장후보 등 3명이 연출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발전 상생 협약식에서 민선 7기 시도의 상생 활동이 오버랩됐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1000년의 동반자이자 한뿌리인 광주전남의 상생 정신이 집약된 곳이다.

노무현 정부 공공기관 이전 당시 최대 규모인 한국전력을 광주전남 공동으로 유치한 것은 15년이 흐른 뒤에 돌아봐도 감격스럽다. 민선5기 '박박세월'로 통할 만큼 협치보다 갈등관계였던 박광태·박준영 두 도백의 결단은 시도 미래 상생의 틀을 놓는 매직이었다. 민선 6기 이낙연-윤장현 시장 시절에는 분리 운영되던 광주전남연구원을 통합, 혁신도시에 시도 상생 1호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물론 성과물을 내는데에는 합격점이었지만 진정으로 통합에 맞는 연구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는 비판적 평가가 따른다.

민선 7기에는 꽤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대립만 거론된다. 지난 2018년 민선 7기 출범후 한달뒤 8월20일 개최된 시도상생위원회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도지사는 9개 신규과제를 발표하고 공동번영의 돛을 올렸다. 한전공대 설립, 국립심뇌혈관질환센터 유치, 한국학 호남진흥원 운영 등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민간공항, 무안국제공항통합, 광주군공항 이전, 혁신도시 공동발전기금 조성과 등의 문제가 워낙 첨예하다 보니 싸잡아 아무 성과가 없었고, 불통 이미지로 덧칠됐다.

이 대목에서 '선의(善意)'라는 것을 짚고 갔으면 한다. 글자 그대로 좋은 의도, 좋은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단어는 개인에 적용하면 특혜, 편의를 연상시키나, 기관에 적용하면 업무 추진의 윤활유로 이해될 수 있을 것같다. 빈손으로 끝난 시도 혁신도시 상생기금 협상 과정을 대입해보면, 설명이 된다. 상생기금 협상은 한가지 문제만 해결하는 단답형이 아니라 혁신도시내에서 시도 협력 사업의 연결 고리였다. 철저한 자기영역 지키기로 첫단추를 못꿰다보니 SRF 가동을 비롯한 시도 협력은 언감생심이었다. 혁신도시 공동 유치의 최종 결과물인 상생기금 조성은 법률사항임에도 민선7기 두 수장이 13년만에 전격 합의로 테이블에 올랐지만 기대와 달리 제자리걸음이다. 파트너인 광주시가 따지지도 않고, 통크게 몇차례 협상안을 제시했음에도 그때마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여러 이유로 철벽 방어진을 구축해 상생과 협력은 레토릭이었다.

혁신도시가 본격 조성된 이후 2014년부터 지난해 까지 거둬들인 지방세수는 5000억원이 넘는다. 16개 이전 공공기관에서 내는 지방세만해도 한 해 100억원이 넘는 규모이니, 마땅한 세원이 없었던 나주시로서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광주시의 지분도 있지만 전남도와 나주시가 "혁신도시 정주여건 기반조성에 들어갈 돈이 많아 여력이 없다"는 회피로 차곡 차곡 통장에 쌓이는 잔고는 두 기관의 쌈짓돈이 됐다. 민선 7기 출범하자 마자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대외적으로 약속한 기금 조성은 태산명동서일필격이었다. 광주시가 혁신도시에 들어설 복합센터건립비로 50억까지 보태면서 "지금까지 수입은 생각치말고, 앞으로 공공기관 지방세 수입의 일정액을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자"는 양보 제안도 비율을 놓고 티격태격만 했다. 지난해에는 우여곡절 끝에 3개 기관의 합의로 기금 조성과 관련해 별도 용역까지 하고서도 결과 발표를 앞두고 돌연 나주시가 용역 조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해 버렸다. 무책임한 행정의 끝판이었다.

일방적으로 주고 받는 것을 상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필요할 때 나누지 못하면 그 뜻은 의미가 없다. 물론 형제간도 분가해 따로 솥뚜겅을 건다면 서로 이해관계로 미묘할 수 밖에 없는 데, 각 주민의 이익을 대표해야 하는 행정기관에서 서로 협력을 위한 어떤 대의에 뜻을 모으기까지 갈등은 노출된다. 다만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듯이 지자체 뒤에서 뒷짐진 전남도의 태도는 곱씹어 볼만하다.

지방소멸 위기의 거센 파고앞에서 시도가 관광 공 마케팅 등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한 상생기금 조성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답보 상태인 것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앞으로 4일후 출범하는 민선 8기도 시도 상생의 화두는 최대 현안일 것이다. 출범일에 시도가 축하 사절단을 교환하는 이벤트를 준비한다기에 그 어느때보다 '뭔가 보여줄 것'같은 기대감이 있다. 출범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과 김영록지사가 광주에서 2시간 회동을 갖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시도지사, 단체장이 만나지 않아 상생이 되지 않았는가? 광주전남 통합, 광주전남북 메가시티, 좋다. 수도권 비대화의 거센 물결에서 지방소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각자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광주 전남이 한뿌리, 동반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해도 속내가 다르다면 사진찍기, 행사용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빛가람 혁신도시를 유치한 그 정신만 진실로 갖고 있다면 시도상생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민선 8기 시도상생의 그 일차 관문은 모든 이해 관계를 접고 대의에 충실해 상생기금 조성 합의안에 서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광주전남의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전남도가 '큰 집'이라는 과거의 자존심에 집착해 '작은 집'으로 여긴 광주시가 무슨 일을 나서는 것에 못마땅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면 냉정하게 말해 앞으로 시도 상생도 그저 희망 고문에 그칠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민선 8기 시도가 전라도 천년의 역사를 함께해온 동반자로서, 더 큰 그림을 만들어갈 비전과 진실된 마음을 공유할 때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