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33 > "역사와 현재 윤리적 문제가 '참여 예술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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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33 > "역사와 현재 윤리적 문제가 '참여 예술의 임무'"
■ 예술로 재현된 역사적 이미지||역사적 주제 다룬 '안젤름 키퍼'||1981년 대표작 '마르가레터'에||독일 나치 통치 역사 재조명 ||작가적 예술가 거대 관점으로 ||새로운 희망의 예술세계로 인도
  • 입력 : 2022. 07.31(일) 17:10
  • 편집에디터

20세기 이후 독일 미술사에서 비운의 천재 서양 현대 사상가였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n, 1892~1940)은 제1차 세계대전 나치 정원의 야만의 문명 속에서 '문명의 역사는 새로운 몰락의 과정이다' 이자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꽃을 점화할 재능을 요청한다.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위험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어떤 기억을 붙잡는 것' 이라 말한다. 개인의 역사를 넘어 현대 미술사에 그 궤적을 남겼던 치욕적 과거 독일의 역사는 어쩌면 많은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재까지 회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자신의 작품 앞에서

이를 증명하는 현대 미술작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년 독일)는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의 다층적인 주제로 작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모든 사회가 경험하는 외상(外傷), 속에서도 계속해 탄생하는 생명과 쇄신을 끊임없이 탐구하여 작품으로 드러낸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이 낳은 가장 성공적이며 논쟁이 많은 화가로 큰 스케일의 작품을 통해서 과거사와 현대사에 터부 시 되었던 역사적 주제들을 다뤄 왔다. 독일 나치 통치와 연관된 작업의 주제들이 특히 대표적인 작품에서 잘 나타난다. 1981년 작품 <마르가레테(Margarete)>는 파울 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Todesfuge)"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유태인 천재 시인 파울 첼란(Paul Celan, 1920~1970)은 1920년 루마니아와 구소련 국경지역에서 태어나 아우슈비츠에서 부모를 모두 잃고 말년에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예술가이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처절하게 상기시키는 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1944~1945년)의 신학적 개념과 시대상을 담은 예술적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억압적이지만 파괴적인 초대형 작업들로 역사를 재조명하였다. 작품 표면에는 흙과 기타 무가공(본래) 재료들이 꼴라쥬 되어 짚, 재, 점토, 납, 도료 같은 재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키퍼가 독일의 역사와 홀로코스트(holocaust)의 공포라는 주제들을 발전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이후 일련의 작업들은 지워져가는 과거 독일의 만행을 불러내는 의미이자, 독일 안에서 금기시 된 것을 '다시 현재로 끄집어 내놓는' 예술적 행위였다.

"나를 네로나 히틀러와 동일시한 것이 아니다. 단지 광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이 했던 일을 재현해볼 필요성을 느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파시스트(fascism)가 되어보고자 한 이유다. "

안젤름 키퍼의 작품에는 역사에 대한 복합적이고 비판적인 참여가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 관통하고 있다. 관객들은 작품 앞에서 나치의 모티프들이 아이러니한 의도에서 사용된 것인지 실제로 파시스트적인 이념을 담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자문하고 판단해야만 하는 숙제를 얻게 되기도 한다. 또한 작가는 민족과 고통을 당하고 갈라진 세계를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작업하며 대형 캔버스 위에 리하르트 바그너나 괴테와 같은 인물들을 묘사함으로써 독일의 문화사를 환기하는 서사적 회회를 창조했다. 그는 세계를 제시하는 도구로서 '예술'이라는 역사적 전통을 지속시키고 있으며 역사와 현재의 윤리적 문제에 참여 예술의 임무이자 예술가적 탐구와 노력을 통해서 한 시대적 죄의식 해소의 가능성을 표현하고 있는 현대 예술가로 증명되고 있다.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_마르가레테(Margarete)_헝겊, 모래, 지푸라기, 마른꽃, 깨진 유리 조각_1981년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_'Alchimie du verre' 주제관 전시전경_2016년

올해 2022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작가별 전시 중 19세기 지어진 베네치아 도제(국가원수)의 주거지였던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 Piazza San Marco-31024 Venezia)공간에서 대규모 작업들이 설치되어 많은 관람객과 전 세계 미술 관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그는 현재나이 77세가 무색할 만큼 넘치는 창의력과 열정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 충돌 그리고 작가적 예술가의 거대한 관점이 진지하고 무거운 강렬함을 거침없이 작품에 쏟아내며 우리를 고통의 과거 시대 또는 새로운 희망의 예술 세계로 인도한다.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_'2022 베니스비엔날레' 작가관 전시 전경_2022년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