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온 가족 모여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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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오랜만에 온 가족 모여 행복합니다"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 풍경||귀성길 대이동 버스기사 총 출동||추모시설 정상화에 성묘객 발길||가족 단위 관객들 꽉 찬 영화관||자식들 보러 역상경한 부모도
  • 입력 : 2022. 09.12(월) 16:10
  • 양가람 기자

지난 10일 찾은 영광 작은 영화관에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했다. 정성현 기자

모처럼만에 집안이 북적였다. 내려 온 길도 막혔고, 주차할 데가 없어서 동네를 몇바퀴 돌았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3년만의 고향방문이 주는 설렘 때문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 된 이후 처음으로 맞은 명절인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19 감염 부담이 낮아지면서 예년보다 활기가 돌았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러 온 귀성객들로 버스터미널은 북적였고, 3년 만에 정상화된 추모시설에는 성묘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은 현장 예매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버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의 이용객은 지난해 추석보다 15%가 늘었다.

코로나 시기 버스업계 사정이 악화되면서 휴직한 기사들까지 총동원해 임시로 버스편을 늘리는 등 명절 귀성객 맞이에 정신없는 모양새였다.

사람들은 한 손에는 고향에서 챙긴 짐과 다른 한 손에는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사들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 내 음식물 섭취를 일절 금지시켰던 지난 추석과는 전혀 달라진 풍경이다.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추석은 대학생들까지 연휴에 맞춰 내려오느라 설 명절보다 사람이 더 많다. 특히 올해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귀향·귀성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면서 "하지만 확진자가 줄었다가 다시 늘면서 사람들의 이용률이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 이전을 100%라고 한다면 지금은 60% 수준이다. 하루빨리 코로나 이전처럼 더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풍요로운 명절을 맞이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연휴 동안 광주·전남 극장가도 '명절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지난 10일 정오께 찾은 영광군 '작은 영화관'. 1관(49석)·2관(60석)이 전부인 이곳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큰 인기탓에 상영 직전 매진 행렬도 이어져, 뒤늦게 영화관을 찾은 손님들은 '좌석 매진' 글자에 깊은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김순애(46) 씨는 "추석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같이 할 게 뭐가 있나' 싶던 찰나에 이 곳에 영화관이 있다 해서 찾아왔다"며 "'프랜차이즈 영화관이겠거니…' 했는데 군에서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이더라. 조금만 늦었으면 표를 구하지 못할 뻔 했다.그래도 작지만 최신영화 등 있을 건 다 있어 좋았다. 오랫동안 잘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작은 영화관 관계자는 "평소 190명 정도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온다. 그러나 이번 명절 연휴에는 하루 약 300명의 손님들이 왔다"며 "(관객이) 이렇게 많이 몰린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뿌듯하고 보람차기도 하다. 군에서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많은 군민들이 이 공간을 사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같은 날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영화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들 김생원(10) 군과 함께 영화관을 찾은 김모 씨는 "그간 코로나로 좌석 간 띄어 앉기가 적용됐었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 입장에서는 괜스레 불만스러웠던 건 사실"이라며 "이제는 가족끼리 같이 앉아 재밌게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정말 좋다. 여기에 팝콘 취식도 가능하게 돼 (영화 보는) 재미가 두 배가 됐다"고 활짝 웃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방문이 제한됐던 추모시설도 3년 만에 정상 운영되면서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같은 날 나주의 한 시립묘지를 찾은 김영난 씨는 "그동안 성묘를 못 했는데, 오랜만에 조상 묘를 찾아 뿌듯하다"며 "올해는 자식된 도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은모 씨도 "코로나가 많이 나아져서 단체로 성묘를 왔다. 모처럼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즐겁다"며 "오랜만에 온 만큼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연휴 마지막날인 12일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대합실은 배낭을 맨 이들로 가득했고, 승강장에서는 열차에 오르는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작별인사가 이어졌다.

집으로 가는 직통 열차표를 구하지 못해 광주에서 환승한다는 길연수(20) 씨는 "나흘 동안 친구도 만나고, 친척 집도 가고, 성묘도 다녀왔다. 많은 일을 했지만, 집이 주는 안정감이 커 푹 쉬다 온 느낌"이라며 "하지만 나흘 중 이틀은 이동하는 데 쓴 것 같다. 명절이니 당연하지만 도로에도 차가 너무 많고 대중교통도 너무 붐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 있는 자식들을 보기 위해 역상경한 이들도 많았다.

배봉환(73) 씨는 "자식, 손주 모두가 서울에 사니 우리가 가는 것이 편하다. 이번에는 거리두기도 풀린 만큼 가족들 다 같이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왔다. 오랜만에 자식들 보니 너무나 즐겁고 기뻤다"며 웃음 지었다.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역 승강장에서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한 귀성객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차에 오르고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