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으로 본 하늘과 땅의 변화와 생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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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으로 본 하늘과 땅의 변화와 생로병사
  • 입력 : 2022. 10.13(목) 14:08
  • 이용환 기자
우주 변화와 한의학. 학민사 제공


우주 변화와 한의학

정다래·정진명 | 학민사 | 2만8000원



동양의학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인체가 환경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가 하는 점이었다. 질병은 몸 자체의 결함이 발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몸이 놓인 환경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빡빡한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가장 큰 질병이 된 오늘날의 세태를 보면 이런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한의사이면서 한의학자로 활동하는 정다래 원장과 시인이면서 단학과 기공가로 활동하는 정진명이 쓴 '우주 변화와 한의학'은 어려운 의학 철학을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동양의학은 중국 당나라 때 '운기학'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몸과 의학을 논하는 모든 곳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하지만 우주의 변화를 탐구하는 일은 몸의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어서 의학에 역(易) 철학을 불러들이게 되었고, 결국 의학의 철학화는 난해함을 초래해 전문가들조차 공부하기 버겁게 됐다. 이는 당연히 일반 대중이 의학으로부터 더욱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책은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질문에서 문제를 풀어간다. 음양오행의 원리와 이치를 충분하게 설명한 뒤, 의학은 음양오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동양의학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질서가 깨지면 병이 나타나고 점차 악화된다고 본다. 치료하는 방법도 이런 생각에 숨어있다. 아무리 큰 병도 일상의 사소한 질서를 회복시키는 일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생활 속의 질서와 버릇이 병을 불러들이고, 그렇게 나타난 병을 고치는 방법도 일생 생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분이 고장 나면 그것과 관련이 있는 또 다른 부분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자신의 텅 빈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완벽한 우주가 있고 그 우주를 통해 대 우주의 윤곽을 파악하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는 것도 참신한 발상이다.

저자는 또 지구와 해, 달의 운행 원리를 예로 들어서 음양오행 속에 서린 과학 철학의 비밀을 풀이한다. 예컨대 23.5도 기운 지구가 해와 달의 인력 속에서 어떤 움직임과 변화를 나타내는지를 알아보고, 그것을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 운기학의 핵심임을 설명한다.

병은 사람 안에서 생기는 것보다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훨씬 더 많다. 환경이 병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처한 환경의 질서를 아는 것이 병에 '덜' 걸리는 일이 된다. 어쩌면 단순한 원리지만 한발 더 들어가면 동양의학의 바탕에 깔린 철학은 깨닫기도 힘들 뿐더러 그것을 쉽게 설명한다는 일은 더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어려운 점을 한꺼번에 넘어서는 문을 열어준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