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하는 새…닭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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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하는 새…닭의 이미지"
■삼족오는 까마귀인가?||삼족오를 까마귀로 번역하지만||도상은 원 안 긴꼬리를 지니고 ||벼릇 위용을 자랑하는 닭 이미지 ||도상아니 부조에 나타나는 ||이미지나 문헌의 오(烏)를 모두 ||까마귀로 번여그 이해하는 것은 무리
  • 입력 : 2022. 10.13(목) 17:07
  • 편집에디터

덕흥리 무녕왕릉 고분의 인면조

검은닭 오계(烏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烏)는 까마귀라는 뜻 외에 검은색이라는 뜻이 있다. 오(烏)에 단지 까마귀의 뜻만 있다면 오계(烏鷄)나 오골계(烏骨鷄)도 '까마귀닭'이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부르지 않는다. 대신 삼족오는 세 발 달린 까마귀로 해석한다. 같은 오(烏)자를 쓰는데 왜 삼족오(三足烏)는 까마귀로만 인식할까?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하는 새다. 삼족(三足)은 다리가 셋이라는 뜻이고 오(烏)는 까마귀를 말한다. 다리가 셋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고대의 삼족기(三足器)가 단서의 일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솥(鼎)이다. 고대 중국, 양쪽에 귀를 달고 있는 세 발 솥 곧 삼족정(三足鼎)이 오늘날까지 솥으로 통칭된다. 남중국이나 베트남 권역에서 동고(銅鼓, 동으로 만든 북)를 왕실의 상징으로 사용하였듯이, 고대 중국에서는 세 발 솥이 왕실의 상징으로 쓰였다. 동고(銅鼓)에는 반드시 두꺼비나 개구리가 등장하는데 솥에는 세 개의 다리가 등장한다. 왜 그럴까? 해를 세 개의 다리로 인유(引喩)한 것이다. 해가 불이니 해를 담는 솥이 되었다고나 할까. 각각 생태적 환경풍토를 강조한 상징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태양숭배 문화권(양력권)과 달 숭배 문화권(음력권)으로 볼 수 있겠다. '세 개의 다리 형식'은 우실하 교수가 십수 편의 논문과 단행본을 통해 추적한 3수분화 문화와 2수분화 문화에 갈무리되어 있다. 의사인 김영균 박사는 '탯줄코드'(민속원)를 통해 그 기원을 태아의 탯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삼족오 또한 이런 숫자 3의 영향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 민족 고유의 삼태극(三太極)이나 천지인(天地人) 상징체계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삼족오 혹은 까마귀는 동아시아 일반 나아가 서양 고대문화 속에서도 산견된다.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등 동양 외 문화권에서 태양신으로 간주되거나 묘사된다.

지안 오회분 4호 천장에 그려진 삼족오(머리의 벼슬이 휘날리는 모습)-동북아역사재단

대칭과 댓구를 봐야 맥락이 보인다

문제 삼을 것은 우리 문화권에서 등장하는 태양의 화신 삼족오에 대한 이미지이다. 예로 드는 집안 오회분 5호묘 고구려 고분벽화의 검은새가 그것이다. 원륜(圓輪, 둥그런 원) 안에 그리는 것이 특징이고 대개 벼슬을 달고 있거나 그 벼슬이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고대의 다른 그림이나 문양에는 기러기나 비둘기의 모습으로도 그려진다. 의문이 생긴다. 봉황의 벼슬이라고도 해석되는 이른바 벼슬을 단 새가 오로지 까마귀인가? 이 삼족오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두꺼비를 더불어 얘기해야 한다. 양(陽)적인 존재와 음(陰)적인 존재, 일중 삼족오 월중 섬여(日中 三足烏 月中 蟾蜍)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문학적 수사를 동원해 태양을 품은 새, 달을 품은 두꺼비라 말해왔다. 졸저 '한국인은 도깨비와 함께 산다'(다할미디어)에서 도깨비를 두꺼비로 풀어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배경에 문학의 댓구 형식이 있다. 남녀, 형제, 대소, 강약, 노소, 고저 등 큰 것과 작은 것을 대비하거나 높고 낮은 것을 견주어 어떤 현상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아예 장치로 만든 것이 문학에서 비롯된 음악의 장단(長短)이란 개념이다. 음양 개념을 설명할 때도 우리는 늘 해와 달을 소재 삼는다. 민화로 분류되는 그림, 왕좌의 뒷벽에 걸린 일월성신도(日月星辰圖)는 물론이요, 일월조정신화(해와 달이 너무 많아 조정한다는 내용의 신화) 등이 동아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해를 활로 쏴서 떨어뜨리는 것은 왕좌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동양문화권에서는 일월(日月) 댓구 형식이 가장 보편적이다. 예컨대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도 댓구다. 같은 오(烏)자를 쓰기는 했지만 연오(延烏)는 해이고 세오(細烏)는 달이다.

달의 화신 두꺼비, 태양의 화신 삼족오(三足烏)

달의 화신으로는 두꺼비가 있다. 후대에 불교의 영향을 받아 토끼로 변한다. 그럼에도 본래의 화신은 항아가 달에 올라가 변했다는 두꺼비다. 이와 댓구를 이루는 해의 화신이 삼족오다. 태양과 친연성이 높은 실제 모티프는 닭인데, 왜 고대로부터 태양의 화신 삼족오를 까마귀로만 해석했을까? 일부 학자들에 의하면 해와 권력의 상징을 매(鷹)로 상정해두고 이것이 남방으로 전승되면서 까마귀, 비둘기, 제비 등으로 분화되었다고 말한다. 김주미의 논문 「해 속의 삼족오의 구성 요소와 도상의 상징적 의미」에 보면, 생명과 아침을 상징하는 붉은 태양 안에 죽음과 밤을 의미하는 까마귀와 같은 현조(玄鳥)를 함께 표현하여, 복락(福樂)과 재화(災禍)의 음양관을 표현했다고 주장한다. 현(玄)을 깊고 오묘한 이치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주장이다. 다만 이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대칭되는 달의 화신 두꺼비가 해를 품고 있는 사례도 함께 살펴야만 한다. 양 속에 음이 있고 음 속에 양이 있다는 주역(周易) 근본의 현현이랄까. 근자에 김지하가 사용한 '흰그늘'이라는 의미를 내가 이런 의도로 풀어 설명하기는 했지만, 이 방식으로 삼족오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삼족오를 까마귀로 번역하지만, 도상은 원 안의 긴꼬리를 지니고 벼슬의 위용을 자랑하는 닭의 이미지다. 도상이나 부조에 나타나는 이미지나 문헌의 오(烏)를 모두 까마귀로 번역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지명의 오산(烏山)이나 오정(烏井) 같은 곳은 '까막뫼' 즉 '검은색'과 관련이 있는 지명일 뿐이다. 오늘은 문제 제기만을 해둔다.

한국민속문화사전에서 인용하고 있는 삼족오(국립민속박물관)

남도인문학팁

삼족오의 오(烏, 까마귀)에 대한 재해석

까마귀는 효성심이 강하다는 등 일부 긍정적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대개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까마귀 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등이 그것이다. 제주도 서사무가 '차사본풀이'에서는 까마귀 울음이 죽음의 불길한 징조로 노래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까마귀를 죽음의 징조나 주검의 연상으로 이해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신령스런 능력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죽음이나 질병이라는 불길함의 상징이 더 두드러진다. 대개 까마귀는 오아(烏鴉)라고 하고, 먹구름을 오운(烏雲)이라 하며 오흑(烏黑)은 새까맣다라는 형용사다. 그래서다. 대칭이나 댓구 구조를 염두에 두었을 때, 달은 복두꺼비, 금두꺼비 등으로 묘사되거나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일대의 동고(銅鼓) 즉, 권좌의 상징으로 통용되어왔는데, 태양의 화신이라는 까마귀는 그리 적극적으로 해석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댓구의 조화로 봤을 때,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를 꼭 까마귀로 해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오(烏)가 검다는 뜻이니, 단순하게 옛말 그대로 '거믄새'로 해석하면 안 될까? 태양을 상징하는 거믄새 혹은 봉황이나 주작(朱雀, 붉은 봉황)의 모티프로 작용한 실물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닭이다. 벼슬을 달고 아침을 여는 새는 덕흥리 무녕왕릉 고분의 인면조(人面鳥)나 힌두교의 가루다(Garuda), 불교의 가릉빈가(迦陵頻迦)나 극락조(極樂鳥) 등과 교섭하며 그 이미지를 창조해왔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대표가 놀뫼신문에 '연산오계는 삼족오'라는 칼럼을 쓴 바 있다. 2019년 11월 13일자이다. 나는 2020년 설날, 본 지면에 '해를 낳은 닭'이라는 주제의 칼럼을 썼다. 나는 비슷한 시기 「기독교사상」에 연재하며, '꼭두닭이 낳은 달걀'이라는 주제의 글도 썼다. 그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주장해오던 바였지만, 조대표와 더불어 삼족오가 닭이라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닭에 대해 좀 더 풀어쓰면 지금 하는 내 얘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다음 차에 이를 풀어 쓰기로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