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5-2>'한 발' 내디뎠지만 갈 길 먼 여수·순천 10·19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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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75-2>'한 발' 내디뎠지만 갈 길 먼 여수·순천 10·19사건
■74년만 피해자 45명 첫 인정||진상규명 첫발…과제도 수두룩 ||위원회 전문성·책임성 의식 결여 ||희생자·유족 배·보상도 '난제'
  • 입력 : 2022. 10.16(일) 17:37
  • 김은지 기자
1948년 여순사건 발발 당시 진압군이 민간인을 검문하고 있는 모습.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오는 19일은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이 일어난 지 74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데 이어 올해는 국가가 처음으로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를 공식 인정했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여순위원회)'가 인정한 희생자 45명, 유족 214명이다. 첫 '국가폭력 희생자 인정'은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의 첫걸음으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는 물론, 진상규명을 위한 위원회의 전문성 부족 등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다.

●비상임 구조를 상임체제로

우선 '여순위원회의'의 '비상임구조' 문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독립적 기구로 위원장이 그 직무를 수행하는 일원화 체계이다. 그러나 여순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 기구다.

여기에 '실무위원회(위원장 전남도지사)'라는 별도의 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원 체계를 가지고 있다.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원 또한 모두 비상임 체제다. 비상임 체제 운영으로 인하여 책임성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순사건과 마찬가지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 유린과 폭력, 학살에 대해 조사하는 진실화해위원회나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경우 상임위원으로 3명의 전문 민간인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여순사건과 같이 국무총리 산하 기구인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에도 1명의 전문 민간인 상임위원이 위원회에 포함돼 있다.

주철희 여순위원회 소위원장은 "과거사 청산을 위한 위원회의 경우 전문성과 책임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데, 여순사건 두 위원회의 경우 전문 민간인은 물론 상임위원이 부재해 두 가지 모두가 부족한 상황이다"며 "법률에 따른 위원회 구성에 가장 시급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특별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책임성을 갖춘 상임위원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무한 배·보상…법개정 필요

명예회복 못지않게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현재 여순특별법 14조에는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에 대한 규정만 있다. 대상 또한 '희생자'에 한해서 일뿐이다. '국가는 희생자 중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평상시 간호 또는 보조장구 사용이 필요한 사람에게 치료와 보조장구 구입에 드는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의 실효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건 발생 74년이 지난 여순사건의 희생자가 사실상 거의 생존해 있지 않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실효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번에 피해자로 인정받은 45명은 이미 고인이 된 상태. 여순특별법상 의료지원금은 물론 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유족으로 인정된 214명 역시 현재의 여순특별법상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움직임은 있다. 현재 생활지원금 대상에 유족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이다. 현재의 '생활지원금'을 '희생자 또는 그 유족의 생활지원금'으로 바꾸고, '국가는 희생자 또는 그 유족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배·보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는 법률 개정 움직임도 있다. 지금의 여순특별법에는 희생자는 물론 유족에 대한 배·보상 규정은 없다. 특별법 우선 제정을 위해 논란이 많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문제에 대한 규정이 빠졌다. '쌍둥이 사건'으로 불리는 제주 '4·3특별법'에는 보상금 규정이 마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영(광양) 의원은 "여순사건은 국가 권력에 의해 범죄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인데,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합당한 실효성 있는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며 법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상조사 보고서…전문성 갖춰야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한 우려도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진상조사 보고서는 여순위원회 활동의 최종적인 결과물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이기도 하고, 법정 보고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문제다. 역사 인식과 소명 의식을 가진 전문성을 갖춘 역량 있는 전문위원 확보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순특별법에는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에 있어 객관성 확보 등을 위해 '여수·순천 10·19사건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1년이 다되는 지금까지 기획단 운영규정도 없는 상태다.

주 위원은 "기획단은 하루빨리 구성되어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른 전문위원과 조사요원을 채용하여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 수집 및 분석 그리고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