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5-3>문 열렸지만 신고는 적어…"특별법 개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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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75-3>문 열렸지만 신고는 적어…"특별법 개정 절실"
■저조한 신고·접수 배경과 해법 ||전국서 3400여건 …고령화·연좌제 우려 탓 ||"직권조사 통한 전수조사"…법개정 움직임도
  • 입력 : 2022. 10.16(일) 17:32
  • 김은지 기자
1948년 여순사건 발발 당시 이경모 작가가 기록한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유족 신고가 미미하다. 신고·접수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까지 신고된 건수는 3400여건에 불과하다.

여순사건은 74년전 사건으로 생존자는 전무하고 유족 1세대 역시 고령인 탓이다. 아직도 많은 희생자·유족들이 국가보안법, 연좌제, 국민보도연맹 등으로 인해 국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트라우마로 신고·접수를 꺼리는 것도 한 이유다. 때문에 신고 홍보에 대한 보다 내실있는 운영은 물론 직권조사를 통한 전수조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 규모보다 미비한 신고

1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진상규명과 희생자·유족 신고로 접수된 건은 각각 123건, 3284건이다. 여수와 순천이 각각 777건과 757건으로 가장 많았다. 구례 497건, 광양 327건, 고흥 232건, 보성 140건 등이다. 전남도를 제외한 타 시도에서도 진상규명이 56건, 희생자·유족 신고가 548건으로 총 604건이 접수됐다.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접수 건수가 전체 400여건에 못미쳤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지만, 피해규모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1949년 9월25일 전남도 당국이 조사한 결과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민간인은 1만1131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방부가 '적대세력에 의해 피해가 많다'고 발표한 영광과 함평의 신고 건수는 거의 전무하다. 현재까지 함평은 2건이 접수됐고, 영광은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2012년 국방부가 발표한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를 보면 전남 지역 희생자 4만8257명 중 영광이 2만4281명이고, 함평이 1951명이다. 때문에 함평과 영광의 민간인 학살이 여순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좌제 '전전긍긍', 신고 독려 절실

이처럼 피해 접수가 미비한 것은 여순사건이 발발한지 74년이 흐른 만큼, 유족들이 고령인데다 '연좌제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꺼려서로 풀이된다. 신고·접수에 대한 위원회의 홍보 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는 지자체와 유관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한편 유족회 방문 등 현장간담회, 찾아가는 신고·접수 캠페인을 펼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다 내실있는 신고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철희 여순위원회 소위원장은 "신고서 접수와 사실조사에 대한 효율적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다못해 희생자·유족 신고의 경우 당시 발생지냐 아니면 현재 주소지냐 문제로 다소 혼란을 낳고 있다"며 "신고인이 가장 편한 곳에서 신고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조사의 경우 어느 정도 신고 접수 건을 모아서 지역별, 사건별로 분류하여 동시에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고처를 확대할 필요성도 나온다.

여순특별법에는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제5조에 따른 진상규명 신고를 받기 위한 신고처를 설치하고, 대한민국 재외공관에 신고처 설치를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았다. 하지만 현재 전남도와 전남도 관할 기초단체를 제외하고는 신고처가 없다. 서울 중앙위원회에 신고 접수처를 설치하고 전북과 경남에도 신고 접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도상 문제, 개정안 통해 보완"

과거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 조사에서 여순 피해자로 규명됐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 별도의 피해 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도 상당수로 이에 대한 해법 마련도 필요하다.

진화위는 앞서 여순사건 관련 조사를 통해 여순사건 희생자 1237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현행 여순사건특별법에 따라 희생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위원회에 별도의 신고서 제출하고 사실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여순위원회는 출범 이후 꾸준히 진화위와의 업무협의를 통해 여순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은 직권으로 여순위원회가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기는 했다. 지난 6월16일 위원회는 1948년 10월19일부터 1950년 6월24일까지 전남동부 피해사건 693건을 1차적으로 이관해 조사를 앞두고 있다.

아예 진화위가 여순사건 희생자로 결정한 사람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고없이 여순사건 희생자로 결정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다. '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결정한 사건의 피해자 또는 희생자가 여수·순천 10·19사건의 희생자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을 직권으로 희생자로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개정안이다.

소병철 의원은 "여순사건 관련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이 있었다면 여순사건위원회에 별도의 추가 신고 및 재조사가 없어도 희생자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합리적이고 신속한 권리구제 취지에도 부합하다 생각해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앞으로도 여순사건의 온전한 해결을 위해 위원회 운영과 제도상의 문제를 계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유족 신고 기간은 2023년 1월20일까지며, 신고서는 위원회와 실무위원회에 직접 제출하거나 우편으로 제출할 수 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