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소비자의 ESG 행동주의, 기업을 변화시키는 지렛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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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소비자의 ESG 행동주의, 기업을 변화시키는 지렛대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이사
  • 입력 : 2022. 10.19(수) 14:20
  • 편집에디터

김정태 대표이사

최근 한 식품회사의 근로자 사망사건과 이에 대한 회사의 대응을 두고 많은 논란과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장 관리 소홀의 이슈도 있었지만, 해당 기계 일부만 막아 놓은 채 같은 공간에서 아무 일 없었듯 식품 제조를 강행하고 남겨진 근로자들의 심리적 안정이나 사고원인 파악은 뒷전이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대중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들이 법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감수성을 지니고, 소비자들이 옹호하고 사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런 관점에서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ESG 요구는 확실한 변화의 요인이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의 ESG는 반기별, 분기별 기업실적을 통해 반영되고 이해관계자에게 인지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비재무 요소들이 모아져 기업의 재무제표에 반영되길 기다리기 전 기업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가 존재한다. 바로 기업의 매일 매일의 매출에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영향을 끼치며, 어떤 특정 행동(action) 또는 무대응(inaction)의 사회환경적 비용이 얼마인지를 경영진이 실시간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비롯해 각종 친환경 의사결정을 하는 배경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객인 팬들의 요구들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K팝 팬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거나 환경 단체 기부를 진행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케이팝포플래닛'(K-Pop for Planet)이라는 전 세계 K팝 팬들의 행동주의 그룹으로 발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며 선제적인 변화를 추구한 JYP엔터테인먼트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하고, 발매되는 모든 음원 제작을 100% 재생에너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가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던 변화를 소비자와 팬들의 영향력이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낸 구체적인 변화다.

이처럼 ESG에서 행동주의(activism)로 알려진 적극적 관여 접근을 소비자들은 다음과 같이 시작할 수 있다. 먼저, 행동주의를 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경우 본인이 애정하거나 또는 본인의 가치에 반하여 변하길 기대하는 브랜드에서 시작할 수 있다. 매일 특정 커피 브랜드를 애용한다고 생각해보자. 해당 커피 브랜드가 지속가능하며, 다중 이해관계자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계속 성장하길 원한다면 제안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본인의 가치에 반하는 브랜드에게도 변해야 할 방향의 가치를 선명하게 제안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개인이 재정적 여유가 조금 있다면, 상장회사의 경우 해당 회사의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것도 개인의 관심과 기업가치의 성장을 연동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소비자로서 행동주의로 참여할 브랜드가 확보되면, 다음에는 신문기사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브랜드의 활동을 모니터링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팬덤 또는 브랜드를 옹호하는 소비자 모임이나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적극 교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기업이 참여하는 외부 행사나 해당 기업의 사례를 토의하는 세미나 등이 있다면 참여하며 궁금했던 점이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것도 소비자 행동주의의 좋은 접근이다. 여기까지가 행동주의 인식제고(awareness) 단계이고, 그 다음은 행동(action)단계다. 해당 브랜드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거나 새롭게 채택해야 할 ESG 아젠다들이 파악이 되었다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소통해야 할 때이다. 지역신문이나 온라인 매체 등에 기고나 칼럼, 독자의견 등의 방식으로 해당 관점을 공식적으로 공론화 해볼 수 있다. 필요하면 해당 브랜드가 속한 산업계의 경쟁기업, 선도기업과 비교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시니어 등 이해관계자 관점에서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사용성 등을 체험한 결과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자기본법 상 부여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제4조 2항)를 근거로 브랜드에 정보제공 등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소비자가 단순 소비를 넘어 기업에게 행동주의로 상호작용할 때 이점은 무엇일까? 앞서와 같이 황당한 사망사고 등이 예방될 수 있다. 소비자의 작은 행동이 모이고 모이면 생명을 지킬 수 있고, 우리의 환경을 보다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