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광주 동부경찰은 관내 학교, 교육기관 등에서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A(26)싸룰 구속 송치했다. |
지난 9월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의 신체를 1년여간 몰래 촬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이달에는 관내 여러 학교에서 보수업체 신분을 악용한 남성이 교직원 등을 상대로 불법촬영을 저질러 경찰에 붙잡혔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발생한 범죄인 만큼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불법촬영에 대한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4일 광주지방검찰청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불법촬영 범죄의 1/3은 불기소 처분됐다. 재판까지 가지 않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0년 광주에서 발생한 카메라등이용촬영 범죄 197건 중 109건(55%)은 기소, 64건(32%)은 불기소 처분됐다. 또 기소된 109건 가운데 구속은 단 14건에 불과했다.
재판부 판결도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을 그대로 보여줬다.
법무부의 검찰사건 처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불법촬영·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실형 선고는 매우 저조한 반면 벌금형은 2020년 기준 47%를 차지했다. 실형 선고되는 경우에도 형량은 '10개월 이하'에 집중돼 있어 매우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75%에 달하는 높은 재범률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벌금형 위주의 처벌이 '불법촬영 범죄'라는 인식을 흐릿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정미경 광주여성가족재단 성평등문화팀장은 "불법촬영과 이를 이용한 협박, 유포 행위는 피해자의 사회적 관계를 모두 끊어내는 '사회적 살인'이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불법촬영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형을 높여 '불법촬영은 범죄'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해야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촬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안일한 사회 분위기와 이를 더 견고히 하는 낮은 형량은 피해자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피해자의 300여 명 중 111명(34%)이 극단 선택을 생각했고 이 중 14명(0.04%)이 실제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정 팀장은 "낮은 형량이 나오면 결국 피해자는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면서 "낮은 단계에서 고강도 폭력으로 나아가는 디지털 성범죄 특징을 고려, 그 시작인 '불법촬영'에 대한 양형을 의식적으로 높여 경각심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