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지난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 4선승 고지를 밟으며 우승을 차지한 뒤 삐끼삐끼 춤을 추며 자축하고 있다. 뉴시스 |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 맡겨진 임기 내에 반드시 팀을 정상에 올려놓겠다.”
지난 2월 갑작스럽게 호랑이 군단의 제11대 사령탑에 오른 이범호 KIA타이거즈 감독이 가장 먼저 내놓은 두 가지 약속이었다. 그리고 이 감독은 약 8개월 만에 이 약속을 실제로 구현하며 ‘초보 사령탑’에서 ‘우승 감독’으로 거듭났다.
이 감독의 계약 조건은 2년 총액 9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3억원)이었다. 감독으로서 첫 발을 떼는 지도자인 만큼 구단으로서는 계약 기간이나 연봉을 높게 보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이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2년 내에 정상을 탈환하고 더 긴 임기와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실제로 이 감독은 취임 첫해 V12를 달성하면서 우승 감독에 걸맞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이 감독의 지도관은 포용과 긍정, 믿음으로 대표된다. 호주 1차 스프링 캠프에서 감독직에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꺼낸 말이 “하고 싶은 대로 야구해라”였고, 시즌 내내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심은 없었다.
이 말의 뜻에는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숨어 있었다. 코칭스태프들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선수들의 자율성을 배려하되 철저한 준비를 통해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이라는 의미였다.
또 1981년생으로 현재 KBO 리그 최연소 사령탑인 이 감독은 맏형 같은 편안함을 추구했다. 직전 시즌까지 타격 코치로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해온 만큼 감독이 됐다고 해서 소통 방식의 변화는 없었다.
경기장에서는 강단 있는 결정을 내렸다. 기초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나온다면 칼을 빼들었고 나성범과 소크라테스 브리토, 김도영, 박찬호 등 주축 선수들도 예외는 없었다. 대타와 대수비, 구원 등판 등 교체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히 지시를 내렸다.
결정 이후에는 선수들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철저히 감쌌다. 승리 투수 요건 충족 직전 강판된 양현종을 뒤에서 껴안는 모습이 중계에 잡히기도 했고 상황에 대해서는 경기가 끝난 뒤 반드시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 경기에서 실수를 했다고 해서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도 절대 없었다.
언론에 비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중 김도영과 요나단 페라자의 충돌 이후 손승락 수석 코치까지 언급되며 문제가 불거지자 선수단 보호에 앞장섰다. 양 팀 사령탑의 선후배 관계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역할이 최우선이 됐다.
정규시즌에서 이 감독이 보여준 모습들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단기전이라는 특성상 구상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 감독은 투타 양면에서 정규시즌 내내 갖춰온 운용을 흔들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한 운영을 이어갔고 선수들은 돌발 변수에 완벽히 대응하는 모습으로 보답했다. 베테랑 김선빈은 6할에 육박하는 타율로 보답했고, 김태군 역시 맹타를 휘둘렀다. 젊은 피 곽도규와 정해영도 필승조의 핵심으로 거듭났고, 김도현도 미래를 기대케하는 활약을 펼쳤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