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길 수 있는 뒷문, KIA 반등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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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믿고 맡길 수 있는 뒷문, KIA 반등의 원동력
전상현·조상우·최지민 '필승조 부활'
6월 제몫 톡톡…승부처때 해결사로
월간 MVP후보 등 최근 성적 괄목
역전패 악몽 딛고 선두권 도약 발판
  • 입력 : 2025. 07.03(목) 13:57
  •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KIA 타이거즈 조상우가 지난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한때 경기 후반마다 ‘역전패’의 악몽에 시달렸던 KIA 타이거즈가 6월 이후 철벽 불펜진을 바탕으로 확실한 반등에 성공했다. 전상현, 조상우, 최지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본래의 기량을 되찾으면서 팀의 뒷문이 안정됐고, 이는 리그 상위권 도약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KIA는 올 시즌 초반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며 무거운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특히 불펜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5월 초까지 기록된 패배 중 절반 이상이 역전패로 이어졌고, 경기를 앞서가다가도 후반에 뒤집히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팀 전체의 사기도 크게 흔들렸다. 실제로 KIA 불펜의 5월까지 평균자책점은 5.59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6월 들어 KIA의 불펜은 완전히 달라졌다. 평균자책점을 3.10까지 끌어내리며 리그 2위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같은 시기 KIA는 역전승 비율을 높이고, 역전패는 급감했다. 경기 후반 리드를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타선 부담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선취점=승리’ 공식을 다시 구축하게 된 것이다.

반등의 중심에는 불펜 3인방이 있다. 먼저 전상현은 6월 한 달간 15경기에서 17.1이닝을 소화하며 9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눈부신 성적을 냈다. 이 기간 그는 리그 최다 등판 투수로, 연투에도 흔들림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달 28일 LG전에서는 개인 통산 100홀드를 달성하며 구단 최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활약에 힘입어 전상현은 KBO 6월 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조상우 역시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트레이드 실패’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6월 들어 11경기 11이닝 평균자책점 0.82, 8홀드라는 완벽에 가까운 기록으로 체면을 회복했다. 시즌 누적 22홀드로 리그 최다 홀드를 기록 중이며, 6월에 따낸 8홀드 중 7경기에서 팀이 승리한 것은 그의 존재감을 명확히 보여준다.

KIA타이거즈 최지민이 지난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 하고 있다. 민현기 기자
좌완 필승조 최지민의 회복은 더욱 극적이다. 지난해 58경기에서 6승3패 3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 2.12를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좌완 계투로 성장한 그는, 올해 초반 극심한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5월까지 평균자책 7.71, 볼넷 21개라는 수치는 ‘재앙’ 그 자체였다. 팀 내 다른 좌완 불펜 곽도규(시즌 아웃), 이준영(팔꿈치 염증)마저 빠지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결국 2군행이라는 뼈아픈 결단을 거친 그는, 6월 들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어 돌아왔다. 팔 스윙과 릴리스포인트를 재조정한 그는, 12경기 11이닝에서 11탈삼진 8사사구, 평균자책점 2점대의 투구를 선보이며 ‘좌완 왕국’ 복원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최지민은 “5월에는 심리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무너졌었다”며 “볼넷을 안타 하나 맞은 거라 생각하고 자신 있게 던지자는 멘탈 트레이닝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잘 던져야 전상현 형, 조상우 형, 해영이 형이 덜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범호 감독도 “지민이가 스트라이크를 안정적으로 넣고 있어 확실히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은 것 같다”며 “(이)준영이가 복귀할 때까지는 좌완 필승조로 꾸준히 중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펜이 탄탄해지면서, KIA는 본격적인 상위권 경쟁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불펜 운영에 대한 불안 때문에 조심스러운 운용을 했지만, 지금은 상대 타선의 핵심 구간에 맞춰 필승조를 적극 기용할 수 있게 됐다. 타선의 득점력이 일관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 점 차 리드’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은 감독의 전략 운용에도 유리한 조건이다.

KIA는 이번 시즌을 두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지키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경험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불펜의 ‘유지력’이다. 특히 전상현과 조상우처럼 등판 수가 많은 선수들의 피로 관리, 최지민의 회복세 유지가 관건이다.

‘믿고 던질 수 있는 뒷문’은 강팀의 조건이다. KIA는 그 조건을 비로소 갖춰가고 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