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 부장 |
벅스는 책임이란 뜻도 있다. 여기에서 나온 유명한 말이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이다. 미국 제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 명패에 새겨두고 좌우명으로 삼았다. 이 말의 유래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포커 게임에서 공정하게 딜러의 순번을 결정하기 위해 사용한 'buckhorn knife'(수사슴 뿔로 만든 칼)에서 나왔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손잡이가 사슴뿔로 된 칼을 다음 딜러에게 넘겨주는 것(passing the buck)이 곧 '책임과 의무를 전가한다'는 관용어로 굳어졌고, '책임'이라는 뜻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에 원폭 투하 결정을 내렸던 트루먼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결정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벅스란 단어를 다시 꺼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취임한 뒤로 이 문구를 즐겨 인용해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도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문구가 새겨진 수공예 탁상 명패를 선물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TV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 나에게 귀속된다는 거다'라며 이 말을 언급한 사실을 알고 준비한 선물로 보인다. 10·29 서울 한복판 이태원에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2일이 지났다. 하지만 누구하나 국민앞에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이 절망에 빠진 지금, 필요한 말은 뭘까. 이 말이 아닐까 싶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