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공공심야약국' 어딘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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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우리 동네 '공공심야약국' 어딘지 아시나요
야간·심야 환자 의료 사각지대 해소 ||만족도 95%…2곳→5곳으로 확대 ||홍보는 현수막 등 전부… 인지도↓ ||약사들 “장기적 홍보 강화 절실”
  • 입력 : 2022. 11.22(화) 16:22
  • 강주비 수습기자
지난 21일 오후 10시께 광주의 한 공공심야약국에서 시민이 약을 구매하고 있다. 강주비 수습기자

광주시가 심야·휴일 등 취약 시간대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공공심야약국'을 기존 2개소에서 5개소로 늘렸지만, 정작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약사들은 공공심야약국의 지속과 안정화를 위해 홍보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지난 21일 오후 10시께. 다리에 철과상을 입은 염규용(53)씨가 다급하게 향한 곳은 공공심야약국이었다.

상처 난 다리를 부여잡은 염씨는 불 켜진 간판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다리에 피가 날 정도로 상처가 났는데, 집에 소독약과 붕대 등이 전혀 없어서 급하게 이곳으로 왔다. 여기 아니었으면 아파서 뜬 눈으로 밤새울 뻔했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또 다른 손님 70대 이모씨는 약국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따갑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약사는 침착하게 안약과 눈 영양제를 꺼내 약의 효과와 복용 방법 등을 설명했다. 이씨는 "눈이 따갑고 실핏줄까지 터졌다. 약사에게 증상만 말하면 이렇게 알맞은 약을 추천해줘서 좋다"고 말했다.

해당 약국을 운영하는 홍원표 약사는 심야 시간에 평균 20명 정도의 시민이 온다고 했다. 인터넷에 '심야약국'을 검색해 찾아오는 손님들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단골'이었다.

홍 약사는 "응급실에 가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비용이 부담되는 시민들이 주로 찾는다"면서 "어떤 약이 필요한지,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손님들이 많다. 이들이 편의점 등에서 약을 사 먹으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공심야약국이 그걸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데, 인지도가 낮아 '아는 사람만 아는 약국'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1일 오후 10시께 광주의 한 공공심야약국의 불이 켜져 있다. 강주비 수습기자

공공심야약국이란 심야·휴일 등 취약 시간대 시민들의 안전한 의약품 복용이 가능토록 하는 공공보건 의료서비스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연중무휴 운영하는 약국이다.

광주시는 지난 2020년부터 서·북구 등에서 2개소를 운영해오다가 올해 1월 동·남·광산구에 1개소씩 추가해 총 5개소로 확대했다.

자치구 별로는 △동구 대동약국 △서구 금호스타약국 △남구 나래약국 △북구 백림약국 △광산구 라온약국 등이다.

전남은 △목포 비타민약국 △여수 백운약국 △순천 오가네약국 △나주 목사골한국약국 △광양 공약국으로 총 5개소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광주약사회에 따르면 방문객 24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94.7%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99.6%가 재방문 의사를 밝히는 등 호응을 얻었다.

광주시뿐만 아니라 자체 예산을 투입해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해온 전남 등 타 지자체에서도 의약품 오남용 예방, 응급실 과밀화 해소 등 사회적 편익이 크다는 긍정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 7월 공공심야약국이 없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관련 업계·기관을 중심으로 공공심야약국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홍보는 미흡하다. 광주의 경우 전화 음성 안내, 현수막 설치가 전부다.

광주시약사회에서 공공심야약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안홍섭 약사는 "현재 전화 음성 안내와 현수막·조명간판 설치 등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직접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야만 노출되기 때문이다"면서 "지난해 서구 금호스타약국과 북구 백림약국에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이용객 대부분이 서구와 북구 주민이었다. 근처 거주민 외의 시민들에겐 인지도가 낮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광주의 한 공공심야약국 입구에 홍보를 위한 조명 간판이 설치돼 있다. 강주비 수습기자

약사들은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 공공심야약국의 홍보·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광주시는 홍보비를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소폭에 그치기 때문이다.

올해 광주 공공심야약국의 예산 1억6800여 만원 중 홍보비는 400만원 가량이다. 내달 상임위원회 심의를 앞둔 내년도 예산안의 홍보비는 670만원으로 270만원 인상됐다. 공공심야약국이 5개소로 늘어나고, 소비자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홍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약사는 "리플렛 제작비만 하더라도 가격이 올라 6000장 기준 300만원 정도 필요하다. 캠페인 등 다양한 시도를 해야 장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힘들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산 지원을 통해 기존 홍보 활동을 이어가되, 시 차원에서도 비예산 사업으로 시청 전광판 홍보 영상 송출, 아파트 게시판 홍보물 게첨 등 생활밀착형 홍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비 수습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