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0-2> 메말라가는 광주·전남…"기후재난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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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80-2> 메말라가는 광주·전남…"기후재난 발등의 불"
■49년만의 최악 가뭄 왜||257일 '가뭄'…유독 적었던 강수 탓||'라니냐' 현상…겨울비 기대 어려워||"기후재난 전조…장기적 대응 절실"
  • 입력 : 2022. 11.27(일) 17:55
  • 정성현 기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지난 22일 광주지역 주요 식수원인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 일원을 찾아 취수탑 등 가뭄 상황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전남 지역의 올해 강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뭄 일수 또한 49년 기상 관측 이래 최다 수치다. 전남 일부 지역은 이미 제한 급수에 들어갔고, 광주는 내년 초 제한 급수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해갈을 위해선 올겨울 많은 양의 비가 내려야 하지만,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등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단체는 최근 잇따른 기후변화는 우연히 겹친 단발성 재난이 아니라며, 예측 불가능한 기상 현상을 대처하기 위해 행정당국의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반세기 최악의 가뭄, 왜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은 올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329일 중 257일이 '기상 가뭄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은 최근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65%이하로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 경우 기상 가뭄 상태로 분류한다.

이 기간 지역 누적 강수량은 광주 805.5㎜·전남 808.2㎜였다. 평년 강수량 1340.1㎜·1390.3㎜에 비해 약 60%의 비만 내린 셈이다. 이는 1973년 기상 통계 전산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 때문에 식수·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거점 상수원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광주·전남에 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댐 저수율은 △주암댐 30% △동복댐 27% △섬진강댐 18% △장흥댐 38% △평림댐 32% 등으로 나타났다. 올겨울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내년 3월에서 5월 사이 대부분의 댐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하열 상수도사업본부 동복관리장은 "동복댐의 경우 만수위(저류용량 상한선)에 비해 저수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 최근 비가 내리긴 했으나, 이는 하루 물 사용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었다"며 "앞으로 석 달간 최소 300㎜ 이상의 비가 내려야 급수 중단 등 심각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기상청은 가뭄의 가장 큰 배경으로 '적은 여름 강수량'을 꼽았다. 한 해 강수량은 여름 장마철에 집중되는데, 올해는 폭염의 원인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부 지방에 오래 버티면서 장마전선과 비 구름대 등이 중부 지역 위에서만 상주했다. 지난 9월 대형 태풍 '힌남노'가 남부 지역에 비를 뿌리긴 했지만, 광주·전남은 이마저도 비껴갔다.

올해 1월~11월 기준 누적 강수량은 중부가 1381㎜이지만, 남부 지역은 834㎜에 불과했다.

●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대책 마련을"

문제는 앞으로다. 기상청은 한동안 광주·전남의 기상 상황이 현재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광주기상청이 내놓은 '3개월 기온·강우 전망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강수량은 내년 2월까지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할 확률이 높다. 이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라니냐' 현상 때문이다.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통상적으로 11월~2월 기온이 낮고 건조해지는 특징이 있다. 한국은 지난 2020년 8월 라니냐가 처음 발생해 올해까지 3년 연속 지속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라니냐 현상이 줄곧 유지되는 것은 21세기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트리플 라니냐 현상 등의) 기후변화는 '기후 재난의 전조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올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부 지방에 오래 머물렀던 것도 이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들은 손쓸 수 없는 각종 재해를 발생시키곤 한다. 단적으로 한반도 작은 땅에서마저도 폭우·폭염·가뭄이 한 계절에 발생하는 등 기학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흔히 말하는 '24절기'는 없어진 지 오래다. 시간이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기후 패턴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제는 행정당국에서 일회용품 금지·탄소중립 같은 도덕적 대안과 더불어,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각종 안전장치 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수자원 공급 시설 등 재난 맞춤형 대응체계 구축 △반지하·노인시설 등 취약계층 재난시설 마련 △물 순환 시설 설치 등을 꼽았다.

환경부 신기후체재대응팀 관계자는 "여름철 수도권 등지에 강한 비가 내리는 등 기상 학회에서도 기존 기후 패턴과 다른 부분에 대해 개념·정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는 인류가 당장 마주한 과제다. 앞으로 발생할 환경 문제에 줄곧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 등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광주기상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3개월 기온·강우 전망자료'. 광주기상청 제공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