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부터 체험·가공까지… 6차산업 선봉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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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협·산림조합
"수확부터 체험·가공까지… 6차산업 선봉 나설 것"
8년째 유자농사 고흥 노란소쿠리 류진호 대표||재배·즙가공·유자 체험 시설 운영||유자 집중활용 제품 브랜드 강화||유자즙 생산… 억대 매출로 성과
  • 입력 : 2022. 12.06(화) 13:42
  • 조진용 기자
노란소쿠리 체험장 시설. 평일·주말 예약제로 △유자청·소금 만들기△유자쿠키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기관·단체 등 총 7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올해 11월 기준 9000명이 체험장을 찾았다.

8년째 유자 농사에 임하고 있는 농업인이 있다. 류진호 고흥 노란소쿠리 대표다.

농수산대 과수학과를 전공한 류 대표는 본인의 전공을 살려 고흥에서 유자 재배부터 가공, 체험까지 운영하고 있다.

냉해피해 에도 굴하지 않고 고흥 유자를 알릴 수 있는 유자 박물관 구축도 구상 중이다.

유자를 이용한 소득화 보다 후배 청년 농업인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4-H연합회 활동과 가공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고흥 유자의 변신이 기대된다.

●전공 살려 고흥 귀농 유자 재배 시작

지난 1일 찾은 고흥군 용반리 516-35. 추수를 마치고 누렇게 변한 논두렁 한편에 노란색 가정집 형태의 건물 농로길위 '노란소쿠리'라고 쓰인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정표를 따라 건물 입구로 들어가 보니 한 남성이 올해 마지막으로 수확한 유자를 초록색 플라스틱 과일상자에 담아 트럭에 옮기느라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류 노란소쿠리 대표다.

류 대표는 지난 2014년 대학 졸업 후 고흥에 귀농, 후계농업인 자금 2억4000만원을 대출받아 고흥군 두원면 용반리 일원 3000평 규모 밭에 유자를 키우기 시작했다.

유자는 5월 꽃 개화→7월 애기열매→풋유자(청유자)→11월 노란 유자 열매가 맺힌다. 류 대표는 유자 수확시기가 11월 한달뿐인 점을 감안해 판로부터 손 봤다.

류 대표는 "유자생과를 농협에 전량 수매했더니 ㎏당 1700원선이었다. 하지만 농가소득화를 하려면 2500원선에 거래돼야하기 때문에 블로그,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등 SNS를 활용 직거래 위주로 ㎏당 5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1차 생물 거래에 만족하지 않고 류 대표는 2015년 밭 인근에 유자 제품 가공시설도 구축했다.

가공시설을 통해 △유자즙△유자차를 농협파머스마켓·코레일유통 20%, 관내 직거래 80% 비율로 판매한 결과 연매출 2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자즙은 110㎖용량으로 낱개 진공포장돼 있어 섭취가 간편한 게 특징이다. 류 대표가 건넨 유자즙을 시음해보니 유자 특유의 시큼함 보다 달콤함이 입안을 감돌았다.

류 대표가 유자 농사에 뛰어든 배경에는 본인의 전공 영향이 있었다.

류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교 과수학과를 전공 후 고흥에서 고흥 특산품 유자를 키워바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농업이 의식주의 기본을 차지하고 있으나 농촌의 현실은 열악하다. 농촌 고령화, 인구 감소로 의료·문화·편의 시설 미흡 등으로 불편함이 잇따르고 있어 농업을 지켜야겠다는 각오로 유자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자 체험 시설 강화로 우뚝

류진호 고흥노란소쿠리 대표. 농수산대 과수학과를 졸업후 전공을 살려 유자 재배부터 가공, 체험까지 운영하고 있다.

판로 확보와 가공품 생산으로 안정적인 소득까지 거머쥔 류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해 동해피해로 유자나무가 괴사 한 것.

류 대표는 "지난해 동해피해로 나무 총 400주 가운데 150주가 괴사했다. 유자나무 1그루에서 열매가 맺히기까지 7년이 소요된다. 보상은 받았으나 그동안 성급하게 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유자나무를 관리했던 노력을 포기할 수 없어 체험시설을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한차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대중들이 유자를 쉽게 접할 수 있게끔 유자를 활용한 체험을 강화했다. 2019년 가공시설 한편에 60평 규모 체험장을 조성해 평일·주말 예약제로 △유자청·소금 만들기△유자쿠키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기관·단체 등 총 7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올해 11월 기준 9000명이 체험장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류 대표는 "농수산대학교 2학년 때 현장실습으로 미국 꽃 분화를 키우는 농장에서 일을 배운 적이 있다. 미국 농장의 운영 체계가 꽃만 사육, 꽃 온도 시스템 조절, 꽃 발주 등 업무가 세분화되있었다"며 "미국 현장실습 때 보고 느낀점을 토대로 유자즙 생산방식을 위탁생산(OEM)하고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아내(윤지영씨)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만 시간 법칙'을 믿는다고 피력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1만시간 이상 시간을 들여 유자농사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신념으로 농촌교육농장·농촌 융복합 사업 인증, 2020년 국무총리상·2021년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유자 브랜드 강화 앞장

8년째 유자 농사에 임하고 있는 류진호 고흥 노란소쿠리 대표.

류 대표는 고흥군 4-H연합회에 소속돼있으며 2019년 회장을 맡은데 이어 최근 전남도 4-H 연합회 회장에 당선됐다. 4-H연합회는 농촌진흥청 산하 전국 시·군에 형성된 단체로 1970년 출범됐다. '좋은것을 더 좋게 실천으로 배우자'는 목표로 청년 농업인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학술단체다.

앞으로 노란소쿠리 제품 브랜드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노란소쿠리 상호명의 뜻은 노란색 유자를 바구니에 한가득 담자는 의미다. 겨울에만 생각나 찾는 유자가 아니라 한여름에도 찾고 싶은 유자, 1년 365일 유자를 접할 수 있는 노란소쿠리 브랜드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며 "고흥 유자를 홍보할 수 있는 '유자 박물관' 구축도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유자 농업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류 대표는 조급함 보다 사전 선행학습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류 대표는 "유자 묘목을 심으면 7년이 지나야 유자 열매가 맺히게 된다. 당장 소득화를 내기에는 힘든 작물이다"며 "사전 지식 학습과 지역·기후에 적합한 작물을 선택 후 농사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흥군 용반리 516-35 노란소쿠리.

글·사진=조진용 기자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