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소비쿠폰 제외…대통령실 정책 재검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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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고려인 소비쿠폰 제외…대통령실 정책 재검토 ‘주목’
대한고려인협 “차별 반복돼” 청원
대통령실, 협회에 자료 보완 요구
전문가 “정부 기조상 검토 가능성”
1차 무산시 2차 지급 논의 기대
  • 입력 : 2025. 07.15(화) 18:25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지난 11일 대한고려인연합회가 이재명 대통령실에 보낸 ‘민생회복 소비쿠폰 대상 제외 재고 청원서’. 대한고려인연합회 제공
대한고려인협회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재외동포(F-4 비자) 소지자를 배제한 결정에 대해 공식 청원서를 제출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협회에 직접 연락해 구체적인 자료 보완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청원이 정부 정책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협회는 지난 11일 대통령실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결정은 반복적 차별”이라며 “고려인도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혜택이 아닌 사회 통합의 기준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헌법 전문에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밝히면서도, 실제 정책에서는 그 후손인 고려인을 반복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고려인은 제외됐다. 이는 공동체 정체성을 훼손하는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재외동포담당관(제2차장실)은 지난 14일 협회에 직접 연락해 청원서 내용을 검토하겠다며 자료 보완을 요청했고 ‘논의 후 재회신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이는 단순 접수를 넘는 이례적 대응으로, 정책 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해석된다.

본보가 입수한 청원서 원본에는 △헌법상 평등권 침해 △국가 통합의 상징성 △국제사회 기준과의 괴리 등 고려인 측이 제기한 구체적 논거가 담겼다. 특히 ‘법은 동포로 인정하면서 행정은 외국인으로 대우하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라는 표현이 핵심 주장으로 포함됐다.

성공회대의 모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실이 자료 보완을 요청했다는 점은 정책 방향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지난해 말 재외동포청이 국내 체류 동포 처우 개선을 공식화한 만큼, 이번 사례가 실제 행정 조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현재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외국인은 재외동포 외에도 단기체류자·일부 미등록 체류자 등이 있고, 결혼이민자·영주권자·난민 인정자는 예외적으로 포함된 상태다. 다만 이미 추경이 마무리되고 1차 지급이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재외동포가 당장 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존재한다.

이정락 광주전남정치개혁연대 대표는 “고려인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를 고려할 때 좌시하지 않을 사안”이라며 “다만 실제 지급까지는 예산·행정 절차의 장벽이 있어, 2차 지급 등에서 보완책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소비쿠폰 지급계획에 따르면, 2차 지급은 소득 선별을 거쳐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며 세부 기준은 오는 9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이의신청 절차도 병행되고 있어, 고려인을 비롯한 배제 집단의 포함 여부가 정책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은 “고려인은 수년간 국내에서 일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있음에도,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며 “국내 거주 고려인의 80% 이상이 재외 동포 비자를 소지하고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청 정책국 관계자는 “기존 정책은 해외 동포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국내 체류 동포의 생활 안정과 사회 통합을 위한 신규 사업도 본격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국내 동포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안정 통합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인 약 4800명이 거주하는 광주 고려인마을이 위치한 광산구의회는 16일 ‘정부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고려인 동포를 배려하고 포용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에 공식 촉구 서한을 제출할 계획이다. 광산구의회는 “고려인은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역사적·심리적 국민”이라며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생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