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싹둑'… 광주시-의회 '내년 예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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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싹둑'… 광주시-의회 '내년 예산 갈등'
초유의 사태… 강대강 대치 ||강기정표 예산 2090억원 삭감 ||강 시장 “남용·화풀이식” 반발||의회 “예산 심의 권한 무력화”
  • 입력 : 2022. 12.14(수) 17:51
  • 김해나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14일 광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2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의 예산안 의결 이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의회가 광주시의 내년도 본예산을 증액없이 2090억원을 삭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심의권 남용"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시의회는 "고유 권한을 무력화한다"며 강대강 대치를 보이면서 현안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14일 광주시·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심의를 거쳐 상정한 7조1102억원 규모의 내년도 광주시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의결했다.

시의회는 시가 당초 제출한 29개 실·국 전체 예산안(7조2535억원)에서 2089억8200만원(2.9%)을 삭감했다.

집행부는 현안 사업과 민선 8기 공약 예산 삭감에, 의회는 상임위 증액 예산을 부동의 처리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갈등을 빚다 결국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다.

시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 삭감 후 예결위 부활을 요청한 사업은 모두 17건·184억3400만원이다.

이 중 광주송정역∼광주역 셔틀열차, 타랑께, 비엔날레 관련 예산 49억2500만원은 계약 등 유지 관리 비용이 꼭 필요하다는 시의 입장을 받아들여 최종 반영됐고, 나머지 13건은 미반영됐다.

의회가 예결위 단계에서 시에 요구한 사업은 자치구 민원성 도로 개설 사업 8건 등 총 109건이었다.

시는 "이 중 31건은 협의를 통해 증액하지 않기로 했고, 나머지 78건 중 8건만 부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는 "(시가)109건 중 55건 부동의를 통보해왔는데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실·국장이 동의한 사업이 18건이나 있었다. 최종적으로 39건을 부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시의회는 지난 8일부터 본회의 전날 오후 10시께까지 심의를 했다. 예결위가 심의 과정에서 집행부와 증액·삭감에 대한 '밤샘 토론'을 열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예산안 의결 후 인사말을 통해 의회의 예산 삭감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강 시장은 "2023년 본예산은 의회 예산 심의권 남용이다. 집행부가 의원이 요구한 예산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풀이식 삭감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시의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강 시장의 독선과 고집이 부른 참사다. 집행부의 태도는 시민이 부여한 의회 고유 권한인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집행부와 의회 모두 증액 요청한 사업 전체 반영을 원했으나 소통 없이 각자의 주장만 내놓으면서 갈등이 깊어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양측간 갈등으로 삭감된 예산 탓에 광주시 현안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강 시장의 공약 중 트램과 같이 사업성과 과한 예산 문제로 의회에서 유보한 공약도 있다. '화풀이식'이라는 표현 등 과한 프레임으로 상대하면 안 된다"며 "집행부와 의회가 둘만의 논의를 통해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더 넓은 공론화 단계를 거쳤으면 한다. 견해의 차이, 불통을 버리고 새로운 합의점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