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논리 전남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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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방의 논리 전남의 논리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2. 12.22(목) 15:58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지방의 논리(호소가와 모리히로·이와쿠니 데쓴도·1991)'

'전설의 군번'인 언론사 선배가 '기자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며 권해준 책이다. 듣고 막바로 떠오른 생각은 "이런 책을 왜 여태 몰랐지?" 였다.

저자는 호소카와 모리히로와 이와쿠니 데쓴도가 절반씩 나눠 서술했다. 이들은 당시 각각 큐슈 구마모토현 지사, 혼슈 이즈모시 시장 재직중이었다. 자치단체 장(長)으로서 지방정부 단체장들에게 '쫄지말고 중앙정부와 행정적으로 당당하게 맞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목차만으로도 설렘이 느껴졌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중앙에 대한 콤플렉스를 불식하라' 등 파격, 충격의 연속이다. 수도권 보다 열악한 탓에 상대적 박탈감이 큰 지역민들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건네주기에 충분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2. 중앙에 대한 콤플렉스를 불식하라 3. 일류기업보다 현청이 재미있다 4.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다 5. 횃불을 올려 가슴을 설레게 하라 6. 지방에야말로 꿈이 있다 7. '전원문화권'은 엑사이팅 8. 신화의 고장에 나무문화를 꽃피운다 9. 지금은 폐현치번할 때 10. 모든 것은 지바에서부터 변화한다로 구성됐다. 아쉽게도 책은 절판돼 대형 도서관에 가야 만나볼 수있을 것 같다.

호소가와 지사가 근무한 구마모토현은 신칸센 건설 당시 정부의 구마모토역 무정차 계획을 정차할 수있도록 바꾼 일화로 유명하다. 지사와 공무원들이 인근 지자체를 찾아가 신칸센 정차의 당위성에 대해 기자회견 하던 도중 지사가이 갑자기 "여기 같이온 구마몽(구마모토현 캐릭터·곰 형상)이 사라졌습니다. 찾아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이게 그 유명한 '구마몽 실종사건'이었다. 물론 사전에 기획된 이벤트였다. 생방송을 보던 시민들이 부랴부랴 인근 공원을 헤집고 다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마침내 공원 구석에 있는 구마몽을 발견하면서 마무리 됐다. 그날 이후 구마모토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구마모토가 어디에 있나" "그 구마몽이 궁금하다"며 구마모토를 찾는 수만명의 발길이 쇄도했다. 당시 지사는 정부 관계자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이 많은 관광객들이 구마모토를 찾고 있는데 신칸센 무정차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마침내 신칸센이 구마모토역을 경유하게 됐다.

두 저자는 '나라가 바뀌지 않으면 지방에서 먼저 변화를 보이겠다'고 도전한 장본인들이다. 읽다보면 일본과 한국이 비슷하다는 게 느껴진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이 중앙집중적이며 유별나게 법을 좋아한다. 영국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대는 런던에 없으며 미국 프리스턴, 예일, 하버드대도 인구10만 정도의 작은도시에 있다. 반면 일본과 한국 학생들은 도쿄와 서울로만 몰린다. 중앙으로 집중되다 보니 지방은 늘 정책과 예산 범위에서 종속돼 있다. 말로만 지방자치일 뿐이다. 연말이 되면 예산확보를 위해 서울을 발닳아지게 오르내린다. 지방간 격차가 심해질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의 논리'를 전남도에 '전남의 논리'로 대입하면 어떨까. 놀랍게도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수도권과 지리적, 심정적으로 멀다.

다행히 '터닝포인트'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다. 세수입이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난 타결에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준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기부액의 10만원까지 전액 세액이 공제되며 10만원 초과분은 16.5%만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기부금은 자신이 거주하는 주소지를 제외한 타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할 수 있다.

사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각 지역에 대한 '응원'의 성격이 짙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지난해 8월27일 아프가니스탄 난민 특별기여자 390명이 충북 진천혁신도시에 있는 공무원교육원 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진천군이 난민 수용을 전격 결정하자 전국에서 응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돈쭐내자(돈+혼쭐내자)"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며 'BUY 진천(진천을 사자)' 열풍이 불었다. 진천군 온라인 쇼핑몰 '진천몰'이 주문폭주로 시스템 일시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전국민이 자연스럽게 진천군에 기부하게 된 셈이다.

내년 1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남도 역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농수특산물이 풍성한 지역으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지난 2008년 '고향납세제'를 최초 시행한 일본의 성공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큐슈 히라도시(市)는 납세제를 기부자의 선의를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게임성이 가미된 즐거운 시스템'으로 바꿨다. 카탈로그도 단순한 상품소개가 아닌 즐겁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해 두근거리는 설렘의 감정을 일으켜 기부로 이어지도록 했다.

큐슈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는 답례품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만들어 성과를 거뒀다.

고기와 소주 생산량 전국 1위라는 점을 활용해 2014년부터 답례품을 고기(소·닭·돼지)와 소주에 한정시키는 전략을 세웠다. 100만엔을 기부하면 365병의 소주(1.8ℓ)를 송부하는 기획상품을 인터넷에 올려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 우마지무라는 유자 음료와 초밥, 조미료, 공장 견학 등으로 실적을 올렸으며 기타큐슈의 경우 '크라우딩 펀딩'을 활용해 기부금을 모아 성과를 거뒀다.

전남도 22개 시·군 역시 속속 선정된 답례품을 내놓고 있다. 벌초대행부터 천하장사와 식사데이트권 제공까지 아이디어가 넘친다. 여기에 드론을 활용해 '내고향 영상으로 보여주기'를 답례품으로 추천해보고 싶다. 고향을 떠나 향수에 젖어있는 타지, 또는 해외교포들을 위한 '아득한 내고향 풍경 보여주기' 이벤트는 어떨까. 마을 고샅, 뛰놀던 뒷동산, 물장구 치던 시냇가 등을 드론으로 촬영해 올려주면 그마을 출신, 또는 그마을과 추억이 깃든 향우들에게 '두근거리는 설렘과 감정'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발적 기부에 의지한 탓에 단숨에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정책이 축제 이벤트 형태로 장기적으로 이어갈수 있도록 치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